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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포기하지 않아” 보육원 나선 영진씨를 살린 한 마디

[보호종료, 새 동행의 시작]


“안녕하세요, 영진입니다. 마지막에 보내주신 편지의 ‘절대 손 놓지 않아’ ‘절대 버리지 않아’ 이 두 문장이 힘이 되더라고요. 눈물도 나고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고 힘이 돼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강영진(26·가명)씨가 지난해 10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자신을 돕는 A목사에게 보낸 편지다. “절대 손을 놓지 않겠다”는 말은 A목사가 강씨를 만난 후 가장 자주 한 말이다. 1년여 전 강물로 뛰어들려던 그를 극적으로 붙잡았던 날에도 목사는 이 말을 몇 번이나 외쳤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중순 새벽 2시쯤 강씨는 A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저 죽겠습니다”라고 뱉고는 끊었다. 그때 강씨는 서울의 한 다리에 걸터앉아 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A목사는 곧장 차를 몰아 강씨를 찾아나섰고 다리에서 떨어지려던 그의 팔을 온 힘을 다해 붙잡았다.

A목사는 “죽으면 안 돼” “난 널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5분쯤 뒤 도착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강씨를 함께 끌어올렸다.

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갓난아기 시절 보육원에 보내진 강씨는 그곳에서 당한 지속적인 감금과 폭행 끝에 뇌전증을 앓게 됐다고 한다. 보육원 원장의 반대로 좋아하던 축구도 하지 못하게 된 그는 17세가 되던 해부터 가출을 일삼았다. 무일푼인 탓에 거리에서 자고 음식물 쓰레기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돈을 마련하려 절도 등 범죄도 저질렀다.

보호종료 시점인 18세가 되자 보육원을 나왔다. 길거리 생활을 하며 술을 마시고 이유 없이 싸움하는 날도 늘었다. A목사는 다른 노숙인과 싸우다 이마가 찢어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강씨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돌보게 됐다.

손을 내밀어 준 어른이 있다는 사실에 강씨도 새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 강씨를 절벽으로 내몬 건 되려 ‘가족’이었다. 성인이 돼 어렵게 찾아간 그의 친엄마는 “그렇게 사는 게 네 팔자”라며 폭언을 쏟아냈다. 그 1주일쯤 뒤부터 강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초 강씨는 만취 상태로 길거리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뇌전증 증상인 발작까지 시작된 것이다. 심정지까지 온 그를 A목사가 근처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정신을 차린 강씨는 팔에 꽂힌 주삿바늘을 빼내고 모든 치료를 거부했다. “나를 살리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A목사는 “어떤 말로도 이 아이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너의 곁에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강씨를 붙잡은 건 ‘또 다른 가족’이었다. 그가 지내던 숙소에 강씨와 처지가 비슷한 자립준비청년들이 들어왔다. 강씨는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돌보면서 과거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게 됐다.

그런데 강씨가 새 출발을 위해 전입신고를 하자 곧 경찰이 그를 찾아왔다. 그 이전 저지른 절도와 협박 등 3건의 범죄로 수배 중이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그는 감옥 안에서 매일 일기를 쓰고 A목사에게 참회의 편지(사진)를 보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한다. 그가 쓴 편지는 1년 사이 50통이 넘었다.

“10대 마지막은 소년원에서 보내고 20대 마지막은 교도소에서 보내야 하는 제 모습이 미웠습니다. 10대, 20대에 계단을 오르지 않고 왜 자꾸 내려갔는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남들은 20년이란 시간 동안 준비를 하고 올라간 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두렵지만 힘을 내보겠습니다.”

손 내미는 어른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9~11월 보호종료아동 3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인 1552명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겪었다는 뜻이다. 보호종료예정아동 732명의 경우에도 42.8%가 ‘그렇다’고 했다. 2018년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자살실태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응답이 16.3%였던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살을 생각한 이유는 빈곤을 비롯한 경제적 문제가 33.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그다음은 가족갈등 등 가정생활 문제(19.5%)였다.


국민일보가 최근 만난 박모(27)씨도 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뒤 최근까지도 극단적 시도를 거듭했다. 자라면서 시설 직원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했던 터라 자립 뒤 삶이 어려워도 시설을 찾지 않았다. 주변에 그를 돕고 응원해 줄 어른은 한 명도 없었다.

박씨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생활하면서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끝내자’하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는 외롭고 쓸쓸한데, 사람들이 말하는 정이나 사랑은 내가 받아본 적이 없어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심리치료나 정신과 상담을 받아본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병원 치료는 금전적인 부담이 커서 가지 못했고, 구청에서 하는 자살예방 상담은 받아봤는데 도움이 된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의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31일 “시설에서부터 정서 관리를 잘해야 자립지원청년이 분리독립을 할 때 적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시설에서의 심리 지원 부분을 전문화하고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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