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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청구액의 4.6%만 인용… “한국 책임없다” 소수의견도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에
외환銀 매각 지연 ‘절반 책임’ 물어
부당 과세 주장 등도 모두 배척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는 이날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과천=김지훈 기자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가 10년 심리 끝에 한국 정부의 론스타 배상액으로 계산한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 달러당 1300원 기준)는 론스타가 내민 청구금액의 4.6% 정도다. 한국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을 부당하게 보면서도, 론스타 역시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가격 하락을 자초한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한국의 부당 과세 등 론스타가 펼친 나머지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연손해금까지 3000억원가량으로 계산된 판정 결과는 오랜 기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불안감에 비춰보면 비교적 다행스러운 결론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반대로 론스타의 청구금액 자체가 부풀려져 있어 3000억원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법무부도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고 ‘배상액 0’을 위한 취소신청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가 결정한 배상액 2억1650만 달러는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 폭인 4억3300만 달러의 50%다.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려 할 때 한국 금융당국의 심사 지연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졌는데, 이는 한국 정부의 권한 내 행위는 아니라는 게 중재판정부의 판단이었다. 중재판정부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투자자를 대우해야 할 의무에 위반된다”고 했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저질렀던 금융 범죄 행위까지 고려해 론스타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는 데 그쳤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일으켜 유죄 판결을 선고받으며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한 것이 매각 가격 인하에 영향을 줬다는 판단이다. 한국 정부는 이 수사와 판결로 인해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재협상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강조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재판정부의 ‘과실상계’(채권자나 피해자 측에게도 과실이 있을 경우 이를 고려해 배상액을 낮추는 것) 판단을 이끌었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범죄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의미 있는 소수의견으로 이어졌다. 중재판정부 3인 중 1인이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배상액이 아예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된 원인은 이 사건의 수사와 유죄 판결이며, 이는 결국 론스타가 자초한 일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소수의견은 전체 판정문 400쪽 가운데 40쪽에 이르렀다. 법무부 관계자는 “강력한 반대 근거”라며 “취소신청을 적극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소송의 또 다른 큰 쟁점이던 론스타의 ‘부당한 과세 처분’ 주장은 “한국 정부의 과세 처분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판단과 함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조세조약에 따라 벨기에 법인의 국내 거래에 면세혜택을 부여하면서도 최대한의 과세를 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론스타가 말하는 벨기에 법인들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었다.

이날 오전 론스타 배상액이 공개된 후 “비교적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 전문가는 수조원대 배상을 예상했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소신청을 예고하며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은 한 푼도 유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워낙 론스타 측 주장이 많이 안 받아들여져 론스타가 취소신청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경원 조민아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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