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투자 수익, 지역으로 순환… ‘주민참여 사업’ 모델로 보급 확대

[리셋! 에너지 안보] <12> 재생에너지 보급·활용법

게티이미지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발전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경제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맞춰 전국적인 보급 확대 요구도 커졌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소음 피해나 생활권 침해, 산림 훼손 등에 대한 주민 민원이 다수 제기돼 보급이 쉽지 않다. 민원을 막기 위해 일회적으로 지급되는 마을발전기금은 지역 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원으로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결국 ‘주민수용성’이다.

정부는 이러한 주민수용성 문제의 답을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모델에서 찾았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해 주민참여율에 따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인센티브 제도로, 2017년 1월 도입됐다. 재생에너지 개발에 주민이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개발 이익이 지역에 순환되도록 하고 주민 소득이 증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인근 주민이 총사업비의 2∼4% 미만 혹은 4% 이상을 투자했을 때 발전사업자에게 각각 0.1, 0.2 수준의 REC 가중치를 추가 부여한다. 추가 가중치에 따른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형태다. 지원대상은 태양광 500㎾ 이상 발전소와 풍력 3㎿ 이상 발전소다. 주변 읍·면·동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주민 또는 마을 기업(5인 이상)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

13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주민참여형 제도 도입 후 수요가 점차 확대돼 2018년 1곳, 2019년 6곳, 2020년 15곳에서 지난해 140곳,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 159곳으로 관련 사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자체 주민까지 참여한 풍력발전


지난해 10월 준공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소는 지역주민을 풍력발전사업에 투자자로 참여시킨 국내 최초의 사례다. 사업 초기에는 발전사인 한국동서발전과 지역주민 사이에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에 대한 입장 차가 컸다. 이에 동서발전은 주민들이 고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20년간 이익을 공유하는 채권형 모델을 만들었다. 또 지역 주민들이 사업참여 자금에 부담을 느끼자 마을기업을 설립한 후 태백시민 펀드를 만들어 17억원(개인 255명, 법인 1개사 참여)을 모집했다.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지자체 주민까지 이익공유 대상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소의 주민 수익은 연간 1억3940만원(주민투자금의 8.2%)이다. 1단계 사업이 순항하면서 동서발전은 2, 3단계 가덕산 풍력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참여 규모도 확대할 수 있었다. 태백시 역시 해당 사업에 지분을 늘리는 등 풍력발전 사업성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주민참여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지난해 12월 최종 준공을 마친 신안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신안군이 개발 인허가 단계부터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신안군은 2018년에 지자체 중에선 최초로 주민참여 의무화 등을 반영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신안 태양광발전소 사업도 이 조례에 의거해 주민참여형 사업구조로 추진됐고, 정부 정책인 국민주주 프로젝트(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를 통해 116억원을 지원받아 사업의 경제성을 끌어올렸다.

사업 초기에는 지역 사회에서 태양광 사업 이익을 사업주가 대부분 가져간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었다. 발전사인 한국남동발전은 주민들의 사업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사업시행 이후 처음으로 신안 지도읍 주민들에 이익공유 배당금이 지급됐는데, 가구당 최대 208만원을 수령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신안 태양광발전소의 주민 수익은 연간 27억원이며, 현재 지도읍 주민의 약 70%인 3500여명이 주민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발전소 지을 때도 환경·지역과 상생

‘친환경’ 재생에너지는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연을 해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강원도 정선의 정암풍력발전단지는 사업개발계획부터 건설, 운영까지 자연과 공존하는 진짜 친환경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중점을 뒀다. 희귀 야생생물은 생육환경이 유사한 지역으로 이식하고, 공사 과정에서 나온 암석을 도로 보강이나 진입도로 배수로 작업에 사용하는 식이다.

발전사인 한국남부발전은 지자체와 협력해 풍력발전단지를 민간 트레킹 코스로 개방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풍력발전기 소음과 관련해서는 월 1회 소음 측정 결과를 마을 주민과 공유해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새와 공존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

이외에도 울산 남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삼호동 주택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삼호 철새마을 그린빌리지’를 구축했다. 삼호동은 도심 속 최대 철새 서식지인 태화강 근처 마을로, 철새 분비물과 소음으로 주민 불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울산 남구는 철새와 공존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고, 그린빌리지 조성에 참여한 주민들은 태양광 패널 설치 전보다 전기요금을 약 70% 절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던 점이 노후 주거지를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나게 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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