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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위협 ‘만성 두드러기’ 느는데 사회적 인식은 낮아”

[영 파워 닥터]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예영민 교수

아주대병원 예영민 교수가 만성 두드러기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몸 여기저기 모기에 물린 것처럼 빨갛게 부풀어오르고(팽진) 가려운 두드러기는 5명 중 1명이 일생에 한 번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특정 음식이나 약물, 감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급성 두드러기는 대개 6주 안에 완전히 치료되거나 자연 소실된다.

문제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가려움이나 팽진 증상이 6주 넘게 지속되는 경우다. 이 땐 만성 두드러기를 의심해야 한다. 약 30%의 환자는 좀 더 깊은 피부나 입술, 눈꺼풀 등 점막 부위가 심하게 붓는 ‘혈관 부종’이 동반된다. 목이 부어 숨을 못 쉴 것 같을 때도 있다. 주로 밤에 심해 가려움으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예영민(51) 교수는 19일 “국내외적으로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다. 갑자기 나타나는 증상과 외모 변화는 불안·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사회생활의 제한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 질병코드 부재 등으로 만성 두드러기의 유병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자료는 많지 않다. 2017년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천식 면역 연구’에 실린 논문을 보면 국내 만성 두드러기 유병률은 2010년 1.7%에서 2014년 2.3%로 높아졌다. 예 교수는 “전체 두드러기에서 100명 중 2~3명은 6주 이상 지속되는 가려움의 고통을 겪고 있는 거니까 간과할 수 없는 만성질환”이라고 말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50~60%에서 알레르기비염이나 결막염이 동반되고 일반인에 비해 자가 면역질환(류머티즘성 관절염, 루푸스, 염증성 장질환 등)의 유병률도 높다. 근래 이런 면역질환이나 만성 염증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와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증가가 일맥상통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어려서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등을 앓았던 환자들은 성인이 되면서 만성 두드러기로 옮겨오는 경우도 있다. 10세 미만과 65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특별한 이유없이 옆구리 피부가 빨갛게 부풀어오른 팽진 증상.

만성 두드러기는 자기 몸안의 면역·알레르기 반응으로 시작되는 ‘만성 자발성(특발성) 두드러기’가 70%를 차지한다. 즉 원인을 알아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부 마찰이나 한랭(찬물·찬공기), 열, 빛 등 특정 자극에 의해서만 발생하고 6주 이상 같은 자극에 증상이 반복되는 ‘만성 유발성 두드러기’도 있다.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라도 약 30~70%는 한두 가지 유발성 요인이 동반될 수 있다. 이유 없이 저절로 피부가 부풀고 가렵기도 하지만 피부를 긁거나 몸에서 열이 날 때, 운동 후, 압박 부위에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신의 두드러기는 어떤 환경에서 심해지는지 관찰하고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회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가 면역성 원인이 확인되거나 증상이 오래가거나 혈관 부종이 같이 있거나 진통 소염제(아스피린 등) 과민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은 일반적 치료에 반응을 잘 하지 않거나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 두드러기의 평균 치료 기간은 5~8년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3개월 이내에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고 10년 넘게 치료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 예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치료 단계를 조정하면서 증상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계별 약물 치료를 잘 유지하는 것이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증상 정도에 따라 1차 치료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졸림·입마름 등 부작용이 적음)를 사용하며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도록 하루 1~2정씩 2~4주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증상이 계속되면 최대 하루 4정까지 늘릴 수 있다. 약물 치료 중에도 갑자기 가려움과 팽진이 심해지거나 혈관 부종이 발생하면 10일 이내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절반 정도의 환자들은 항히스타민제를 한 달 이상 규칙적으로 먹는데도 증상 조절이 되지 않는다. 이 땐 다음 단계로 면역조절제(항IgE 항체주사)나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등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 초기에 불량한 예후 인자를 지닌 환자에 대해선 조기에 면역조절 치료를 시행해 전체 치료 기간을 줄이고 부작용 우려가 있는 전신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최근 연구를 통해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체내 ‘비만세포(master cell)’가 왜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히스타민 등 염증 물질을 계속 분비하는지 밝혀지고 있으며 비만세포 활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예 교수는 두드러기와 아나필락시스(급성 알레르기 쇼크) 환자 진료와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젊은 의사로 꼽힌다. 두드러기 중증도 관련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 발굴, 항히스타민제 불응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한국형 만성 두드러기 조절 점수 개발 등 다수의 연구논문을 저명 학술지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2014년부터 3년간 천식알레르기학회 산하 두드러기·혈관부종·아나필락시스 워크그룹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피부면역학회와 함께 만성 두드러기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깊게 관여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긴 두드러기, 일반 인구에서의 피부묘기증 유병률 등의 공동 연구에도 참여 중이다.

예 교수는 “음식, 약물 등 일시적으로 두드러기를 유발할 만한 원인이 없는데도 6주 이상 거의 매일 가려움, 피부 팽진이 반복되면 만성 두드러기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자가 면역질환 가족력, 과거력이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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