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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아니면 고소·고발부터’… 양극단 한국사회의 민낯

대선 선거사범 수사결과 분석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수사 결과는 양극단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외신들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견한 지난 대선의 혼탁함은 6개월 뒤 수사기관이 집계한 숫자들을 통해 다시금 확인 가능하다. 쉼 없이 수사기관을 두드린 진영 간 고소·고발로 대선 선거사범 입건자 수는 사상 처음 2000명을 돌파했다. 상대를 향한 의혹 제기와 해명, 반박과 재반박의 지루한 공방 속에서 흑색선전사범 입건자 수는 제19대 대선의 5배가량이 됐다.

고소·고발 1313건이 말하는 것


대선이 고소·고발로 얼룩진다는 말은 예년에도 있었지만 그때는 300~400명 수준이었다. 이번 대선에선 고소·고발을 당한 이가 1300명이 넘었다. 중도 없는 양극의 ‘팬덤’, 설득과 타협보다 처벌을 앞세우는 목소리들이 무수한 소장으로 변해 수사기관 문턱을 넘었다. 반면 기소로 이어진 고소·고발 비중은 30.4%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빈약한 근거로 상대방의 처벌부터 우선 주장한 사례가 상당수라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고발장 들고 현관에서 사진 찍는 것은 이제 하나의 정치행위”라고 말한다.

수사 결과를 두고 분열이 정치를 넘어 사회 각 분야로 스며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안사건을 수사해온 한 검사는 “종교 등 다른 영역도 정치 진영처럼 갈라지고, 그 양극단이 모두 기소되는 장면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24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가 지난해 11월 7일 예배 중 김경재 당시 국민혁명당 대선 후보 지지를 유도한 혐의다. 이 사건은 극우 교계를 견제한다는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고발한 것이었다. 전 목사를 고발한 김용민 이사장은 다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은 소셜미디어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 관련 허위 의혹을 제기한 김 이사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7일 기소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런저런 선물을 받았고, 김건희 여사의 성상납을 받은 점이 의심된다는 글이었다.

대선후보도 허위사실공표 혐의


폭증한 고소·고발 뒤에는 제20대 대선의 또 다른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흑색선전 사범 수가 810명으로 제19대 대선(164명)의 5배가량이었다. 등락이 거듭된 양강 구도, 유튜브 등 급변한 매체 환경이 흑색선전 ‘전성시대’의 원인으로 꼽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지자 간에는 같은 사실을 놓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생산·유포되면서 상호비방이 심해졌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결집이 우선일 뿐 사실 여부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위 발언 혐의로 기소된 이들 중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있다. 그는 근거 없이 본인의 ‘소년원 수용’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들과 함께 흑색선전 사범으로 분류돼 있다. 백현동·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국정감사장과 언론 인터뷰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다. 그는 본인 발언이 사실이거나 고의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윤 대통령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한 토론회 발언이 거짓이라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돼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송 경선 토론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선수’인 이모씨에 대해 “한 네 달 정도 (위탁관리를)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 손실을 봐서 저희 집사람은 안 되겠다고 해서 돈을 빼고 그 사람과는 절연을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이 법정에 세운 발언들은 ‘표현의 자유’ 개념과 더불어 유무죄 여부를 판단받게 된다. 대법원은 2020년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며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회에서 허위 발언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를 무죄로 봤다. 이 판례는 모든 발언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한다는 뜻은 아니며, 발언의 적극성과 일방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취지다.

6개월간 발 뻗고 못 잔다는 의원

고소·고발전을 펼친 진영 중 어느 한쪽이 보다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재판에 넘겨진 국회의원은 4명인데, 여당이 2명, 야당이 2명이다. 이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확증편향과 상호 비방은 또 계속된다.

다른 선진국들에 없는 6개월이라는 선거사범 단기 공소시효 부작용은 재확인됐다.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해 경찰에서 검찰로 기록이 넘어온 사례, 방어권 차원에서 진술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조사를 받지 않으려 시간을 끄는 사례 등이 다수였다. 일본은 60년 전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폐지했으며 현재는 별도 시효 규정을 두지 않는다. 미국과 독일도 선거범죄와 일반범죄의 수사 기간에 차이가 없다.

‘선출된 권력’의 특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올 상반기 국회에선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권 박탈 입법 문제를 두고 여야가 갈등했는데, 이때 거론된 단기 공소시효 문제만큼은 협치가 이뤄졌다. 한 여당 의원은 “지금도 당선인들이 6개월 동안 발을 쭉 뻗고 자지 못하는데, 시효를 늘리는 것은 좀 그렇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검찰 내부망에는 “1000원짜리 빵 하나를 훔쳐도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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