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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채팅] e스포츠, 스포츠 산업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오징어 게임’의 주연 이정재가 TV방송 부문 최고 권위의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오겜’ 신드롬이다.

정부는 K콘텐츠에 대한 적극 투자로 화답했다.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의 14.5% 9,743억원을 K콘텐츠 산업에 편성했다. 콘텐츠 산업 중 수출 비중이 높은 게임 산업에도 64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게임 산업의 일부로 ‘e스포츠’를 지원해 왔지만 예산 비중은 미약하다. 2022년 게임정책국의 e스포츠 활성화 예산은 62억 원 정도로 콘텐츠 예산의 0.5% 수준이다.

e스포츠는 한국이 잘하고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분야다.

세계적 수준의 경기력과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스타선수들은 한국의 자산이자 국가 소프트파워에 기여해 왔다. 한국 선수와 지도자들은 해외 유명 구단으로 영입 돼 전 세계 주요 리그에서 활약한다. 해외 e스포츠 대회 중계방송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패널이 출연하는 모습은 익숙한 장면이다.

한국의 e스포츠 선수와 팀, 리그와 토너먼트는 축구스타 리오넬 매시, 스페인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 영국 프로축구리그 EPL과 같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을 쥐락펴락 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태생이 디지털인 e스포츠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없어 글로벌 팬덤 구축이 용이하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창의적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글로벌 시장의 15%에 불과하고 정부의 지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데, 그 이면에는 e스포츠를 ‘콘텐츠’로만 바라보는 고정관념이 한몫한다.

콘텐츠 산업 정책의 핵심은 좋은 콘텐츠 IP를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 유통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재능있는 제작자와 개발자 그리고 국내외 유통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e스포츠는 콘텐츠 산업과 생존법칙이 다르다. e스포츠는 특정 제작자와 출연진이 사전 기획한 콘텐츠를 원샷으로 제작하여 관객에게 평가 받는 구조가 아니다.

e스포츠는 게임으로 하는 스포츠다. 법률적으로 게임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와 부대활동이 e스포츠다. e스포츠 산업은 여러 게임 IP 중 스포츠화(sportification) 하기에 적합한 게임으로 전통 스포츠와 유사한 리그와 토너먼트를 구축하여 정기적 대회 개최를 통해 파생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때문에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 산업을 벤치마킹 하며 성장해 왔다.

콘텐츠 산업의 생명이 경쟁력 있는 IP 제작과 유통이라면, 스포츠 산업의 핵심은 경쟁력 있는 리그와 토너먼트의 구축, 여기에 참여하는 선수와 팀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과 스타성, 그리고 이를 소비하며 대물림 하는 지속적 팬덤의 형성에 있다. 풀뿌리 아마추어로 부터 전문 선수와 대회로 선순환 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포츠 산업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e스포츠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사업 편입은 지난 대선 당시 거대 양당 후보 모두의 공약이었다. 일년 연기돼 내년에 개최되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는 리그오브레전드(LoL)를 포함한 여덟 개 e스포츠는 종목이 정식 메달 종목으로 치러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8년 e스포츠 특별위원회 ELG(Esports Liaison Group)를 출범시키며 경쟁적 게이밍(competitive gaming)의 올림픽 종목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공식화 했고, 2021년 발표한 ‘올림픽 아젠다 2020+5’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경기를 치르는 버추얼 스포츠(virtual sports)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세계적 자동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1은 ‘F1 e스포츠 시리즈’를 개최하고 있고, 미국 프로농구 NBA는 농구게임 기반의 ‘NBA 2K 리그’를 운영 중이다. 국제축구연맹 FIFA는 ‘FIFAe 월드컵’을 개최해 축구 게임으로 국가대항전을 치른다. 세상은 이미 e스포츠를 스포츠로 포용하는 흐름이다.

좋은 게임 IP를 개발하는 것과 e스포츠 산업은 구분 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에 한국 게임 IP가 많아서 세계적으로 한국 e스포츠가 인정 받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기 e스포츠 게임 IP를 보유한다면 유리한 점이 많겠지만 말이다.

e스포츠 산업은 e스포츠 경기와 경기를 구성하는 대회, 그리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와 팀으로부터 파생한다. 국내에서는 게임사가 직접 리그와 토너먼트를 운영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게임사 이외의 제3의 대회 주최기관이 게임 IP를 위임받아 다채로운 이벤트를 열어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도 상당하다.

한국 e스포츠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리그와 토너먼트 주최기관, 그리고 선수와 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풀뿌리 e스포츠 저변 확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e스포츠를 좋아하고 잘하는 인재가 제도권 교육을 받으며 e스포츠 전문가로 성장해 경제활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세기 넘게 축적된 스포츠 산업의 지식과 노하우를 적용할 폭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김기한 서울대 교수(스포츠미디어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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