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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승부차기처럼 살 순 없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선 최근 ‘FC불나방’과 젊은 발라드 가수 중심의 ‘발라드림’이 승부차기에서 맞붙었다.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FC불나방을 응원했지만 역시 젊은이에게 체력적으로 뒤처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렵게 간 승부차기에서 육상부 출신의 발라드림 경서가 골키퍼로 나와 불나방의 슛 5번을 모두 막았다. 얄밉기도 했지만 세상 이치가 사실 그렇다. 젊을 때 잘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는 일도 있다.

30대의 자살 상담이 작년부터 크게 늘고 있다. 흔히 ‘코로나 블루’로 표현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30대는 다른 연령대와는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인다. 2020~2021년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자살 상담 건수는 20·40·50대 모두 줄어들었고, 60대는 비슷했다. 그런데 30대는 1596건에서 1873건으로 17.4%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7월까지 나홀로 5000건을 넘어서며 압도적 규모를 기록 중이다.

취재를 시작한 것도 이 부분이 너무 의아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블루라면 전 연령대 현상이 대체로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30대만 목에 걸린 가시처럼 툭 튀어나와 있다. 정확한 원인을 알려면 개별 사건 조사 결과를 봐야 하는데 그건 시간이 오래 걸려 파악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투자업계 관계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요새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젊은 사람들 자살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투자 실패로 남모르게 돌아가시는 분이 많아요.” 돈을 다루는 업계다 보니 비공식적으로 듣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재난 상황이 끝나고 사회가 정상화될 때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상담의 대부분은 경제적인 문제”라고 전했다.

2021년은 한때 리오프닝을 준비했던 시기다. 사회 곳곳에서 경제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책의 출구 전략이 시도됐다. 서비스업과 저임금 노동직은 급속히 인공지능(AI)과 키오스크 같은 과학기술로 대체됐다. 그간 유례없이 풀렸던 유동성은 자산 버블을 잉태했고, 낙오를 우려한 젊은 층과 중산층이 너도나도 ‘빚투’에 나섰다.

30대는 이 버블에 가장 늦게, 적극적으로 뛰어든 세대다. 포트폴리오가 위험자산에 치우치고, 부동산은 매입가 자체가 너무 높은 경향이 있다. 리오프닝 국면에서 나타난 경제적 충격을 선봉에서 받고 있는 세대다. 이들을 괴롭히는 고통은 두 가지다. 우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경기 악화는 구직자와 저임금 노동자, 자영업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취업문은 좁아졌고, 월급 인상폭은 줄었으며, 자영업자의 생계는 다시 위협받고 있다.

두 번째는 자산 버블과의 전쟁이다. 세계적으로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 인상으로 저연차 직장인의 뻔한 월급 속 대출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여기에 자산 가치 하락은 늘어난 이자만큼이나 심장을 조인다. 작년에 ‘영끌’ 투자에 나선 뒤 별다른 조정 없이 포트폴리오를 놔뒀다면 매일 아침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을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코인에 대해 “잘못된 길이라면 분명히 얘기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1년반이 지난 지금 그가 틀렸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매일 승부차기처럼 살 수도 없고, 그렇게 살아서도 안 된다. 국가가 사회안전망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 삶의 의지를 잃지 않도록 성실한 빚 상환의 로드맵, 가정 경제 컨설팅, 재기 지원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했으면 한다. 어른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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