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증인신청에 ‘김건희 불러라’ 맞불… 여야 ‘진흙탕 국감’ 예고

증인채택 싸고 신구 권력 대리전
실현가능성 낮은 점 알면서도 공세
“막장정치 관행, 여야 모두에 역풍”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국감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국감을 앞둔 국회에서 신구 권력의 대리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직접 국감에 출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가 증인 신청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간다면 민생 대책을 논의해야 할 국감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 북송,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문건 등 안보 관련 의혹들의 실체에 관해 질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는 데는 성역이 따로 없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유근 전 안보실 차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대통령 관저 공사 개입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김 여사의 증인 채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국민대와 숙명여대 관계자뿐 아니라 김 여사 본인을 국감에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위에 속한 한 민주당 의원은 “여당에서 마지막까지 문 전 대통령을 국감 증인으로 요구하면 우리도 김 여사의 국회 출석을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맞불 작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국감 증언대에 세우자는 요구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은 2013년 4대강 사업과 2017년 방송 장악 의혹을 근거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여야 합의 불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대통령 부인이 국감에 출석한 전례도 없다.

결국 여야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국감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고 상대 당을 압박하기 위해 증인 채택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막장 정치’ 관행을 키우고 있다면서 여야 모두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현직 대통령의 부인과 전직 대통령의 국감 출석 요구는 그 자체로 진영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완전히 소모적인 논쟁”이라며 “이런 논의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 있을 때 두 사람을 불러야 한다. 그때까지는 신중을 기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도 “두 사람에 대한 증인 신청은 진영 정치가 극대화된 막장 정치의 일부분”이라며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 구조하에서 지지층은 열광하겠지만,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진정성 없는 정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김승연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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