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환율에 수출·물가 비상… 8월 경상수지도 적자 우려

원자재 수입물가 올라 인플레 자극
무역적자 확대, 수출기업 경영 악화
금리 인상 땐 경기 둔화 압력 커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총재는 “0.25% 포인트 인상의 전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다음 달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치솟는 달러 가치에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가뜩이나 비상 걸린 물가를 더 자극한다. 원자재 등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의 경영 악화도 불가피한 수순이다. 각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가파른 환율 상승 부작용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부분은 물가다. 환율 오름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 22일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환율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0.4% 포인트 밀어 올렸다. 고환율이 계속되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탈 경우 정부의 10월 정점론이 무색하게 인플레이션에 다시금 불을 붙일 수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경기 둔화 압력은 커진다. 한은의 고강도 긴축은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부채 위험을 키우기 때문이다. 원자재가와 고환율에 따른 고비용 경제구조 속에서 이자비용까지 떠안은 기업들의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는 고환율 상황에서 수출기업은 유리해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달러만 초강세를 보여 중국 일본 등 수출 경쟁국의 통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기업이 쓰는 원자재값이 오히려 오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환율과 임금,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올 상반기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생산비용 상승,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 경제에 부정적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단기적인 여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나 물가 상승은 장기적인 영향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개최한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도 수출 전망과 관련한 관계기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주요국의 경기 하강, 고금리·고환율 상황 등 어려운 수출 여건으로 수출 둔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뿐 아니라 연말까지 무역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급증한 수입이 단시일 내 축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적자가 지속할 것”이라고 관측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 둔화 여파로 하반기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온 데 이어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한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8월에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마저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상품수지는 지난 7월 10년3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고, 8월에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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