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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죽음마저 사업화하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다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
류성실 신작 ‘B급 영상’ 선보여
애견의 장례 절차 코믹하게 표현

류성실 개인전에 나온 영상 작품의 부분. 애견 ‘공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 절차가 희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손영옥 기자

류성실(29) 작가는 지난해 봄 역대 최연소로 제19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해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통상 40세 전후의 작가에게 이 상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는 ‘BJ 체리장’ ‘굿바이, 체리장’ ‘대왕트래블칭쳰투어’ 등 유튜버 세대의 감수성으로 만든 ‘B급 영상’ 작업을 선보여 심사위원을 사로잡았다.

류 작가가 1년여의 준비 끝에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하고 있다. 전시는 에르메스재단이 수상자에게 부여하는 특전이다.

최근 전시장을 가보니 장례식장이 차려졌다. 장례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애견. 영상에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가는 애견 ‘공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 절차가 희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운구와 화장, 견주의 오열, 사후 세계 등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전작에서 여행사를 차려 속물적이고 변태적인 효도관광 사업을 했던 이대왕이 다시 등장한다. 대왕트래블 사장이었던 그는 업종을 바꿔 상조회사 ‘대왕애견상조’를 차렸다. 그가 애견의 죽음을 애도하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류 작가 본인도 상조회사 직원 나타샤로 분해 죽은 강아지와 견주를 매개하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영매사)를 자처하며 견주의 슬픔을 밑천 삼아 돈을 버는 사장을 돕는다. 실리콘 마스크를 쓰고 과장되게 연기하는 이대왕과 나타샤의 모습에선 천박한 자본주의의 냄새가 난다. 영상 뿐 아니라 장례식장 풍경조차 속물적이다. 장례식장 입구 도열한 조화가 90도로 인사하는 조폭처럼 접혀져 있는 게 그런 예이다.

이처럼 기성의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절차를 차용한 전시공간에서 관객은 애도의 현장에 동참하고 동시에 애도마저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이대왕의 사업 수완을 목도하게 된다.

안소연 아틀리에 에르메스 디렉터는 “류성실의 작품 세계는 압축 성장 후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특유의 졸부근성과 신자유주의 경제를 예리하게 포착한다”면서 “그러나 천박한 문화를 성찰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작가 자신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돈에 대한 원초적이고 강렬한 욕망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해석했다. 10월 2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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