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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알레르기 비염, 봄보다 가을에 더 심하다

가을 꽃가루 양 적지만 강한 독성
집먼지진드기·동물 털 등도 요인
감기도 비염 진단에 큰 영향 미쳐
‘코막힘 스프레이’ 오남용 말아야
방역조치 완화돼도 마스크 착용

요즘 맑은 콧물과 재채기로 고생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을에는 항원성이 강한 잡초류의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데다 감기의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클립아트코리아

30대 남성 A씨는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시도때도 없이 흐르는 맑은 콧물과 재채기로 고생한다. 아침에 증상이 심하고 저녁이 되면 잠잠해지는 편이라 병원 진료를 차일피일 미뤄왔지만 올해는 유독 증상이 심하다고 했다. 원인 파악을 위해 진행한 피부 검사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쑥과 돼지풀, 잔디 같은 잡초류 꽃가루에 알레르기 양성 반응이 나와 당혹스러웠다.

알레르기 비염은 전 인구의 10~25%가 앓을 정도로 흔하며 해마다 증가 추세다.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하면 봄철의 꽃가루 알레르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비염 환자가 가장 많을 때는 봄이 아니라 가을, 즉 9~10월이다. 이 시기 역시 꽃가루가 직접적 원인이며 감기 유행도 간접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실제 인하대병원 환경보건센터가 2019년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천식호흡기질환’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보면 이런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이 2012~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연령대의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봄(3~5월) 보다 가을(9~11월)에 더 많았고 특히 9월에 최고를 보였다. 연구팀은 “꽃가루 비산(공기 중 날림) 농도는 평균적으로 5월에 가장 높았고 6~8월에 현저히 낮아지다가 다시 9월에 급증한 뒤 늦가을부터 겨울에 연중 최저를 보였다”면서 “이런 양상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계절별 발생 양상과 유사했다”고 보고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질환센터 정도광 원장은 26일 “가을에는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는 느낌이 들때가 거의 없어서 가을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하면 조금은 생소할 수 있다. 그런데 꽃가루 알레르기는 양 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항원성(독성)”이라고 지적했다. 봄에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꽃가루는 소나무와 참나무, 자작나무 등 키 큰 나무의 것이고 가을에는 돼지풀, 환삼덩굴, 두드러기쑥, 잔디 등 잡초류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정 원장은 “가을 꽃가루는 양은 적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정도가 심해서 오히려 위험하다”며 “게다가 이들 잡초류는 길가나 화단 등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해 빠르게 번식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꽃가루라도 기온이 높아 꽃이 피는 기간이 길거나 대기 중 오염물질이 많으면 상승 작용을 일으켜 항원성이 더 강해진다. 실제 농어촌 보다 도시의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더 많다.

가을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은 감기다.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감기는 비염과 원인이 다르지만 알레르기 비염 진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인하대병원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감기인 상기도감염 발생은 2~3월에 비해 9월에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알레르기 비염과 유의미한 상관성이 관찰된 것이다. 이는 두 질환의 증상적 유사성 때문으로 추정됐다.

비염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 물질을 코로 흡입했을 때 콧속 점막이 과민하게 반응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재채기나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며 때로는 눈·코가 가렵기도 하다. 감기 는 재채기 콧물 코막힘 두통 열 전신근육통이 특징이다. 다만 비염은 감기와 달리 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은 없다. 알레르기 항원 물질은 꽃가루 외에도 집먼지진드기, 개·고양이의 털·분비물, 곰팡이, 바퀴벌레 등 다양하다. 감기에 걸리면 코나 목 등의 점막이 염증으로 인해 붓고 예민해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평소라면 비염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약한 항원 물질로도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다. 감기든 독감(인플루엔자)이든 코로나19 감염이든 코 점막에 염증이 생겼다면 알레르기 비염이 더 쉽게 발병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일반적으로 증상을 줄이는 약물과 콧속 염증을 치료하고 점막의 민감도를 낮추는 약물을 쓴다. 비염약 중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코막힘 스프레이’라 불리는 비(鼻)충혈 제거제다. 환자들이 비염의 3대 증상 중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코막힘인데, 이 스프레이는 뿌리는 즉시 코가 뚫릴 정도로 효과가 강력하다. 그래서 코막힘이 심할 때 한두 번 쓰다가 점점 더 자주, 많이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의사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점도 남용에 한몫한다. 정 원장은 “코막힘 스프레이는 용법과 용량을 초과해 오·남용하면 콧속이 만성적으로 붓는 ‘약물성 비염’을 초래한다. 이는 어떤 약으로도 소용없어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서 “용법·용량을 잘 지켜 단기간만 쓰고 의사 처방없이 습관적으로 장기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려면 먼저 꽃가루를 피하고 감기 등 상기도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방역조치 완화로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비염 환자들은 가급적 마스크를 쓰는 게 권고된다. 외출 후 귀가할때는 옷·머리를 털고 곧바로 손을 씻고 머리도 감는 것이 좋다. 생리 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은 콧속에 쌓인 꽂가루는 물론 다른 분비물도 씻어낸다. 코는 습도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실내에선 40~60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아침 저녁으로 갑자기 찬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물을 하루 2ℓ 정도 충분히 마시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콧속이 촉촉해져 코가 편안해진다. 미지근한 물로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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