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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끊긴 스타트업…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줄폐업 공포

올들어 투자한파 경영난 속출
뛰어다녀도 ‘문전박대’ 일색
덩치보다 내실 ‘옥석가리기’


정보기술 분야 스타트업 A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 러브콜을 수없이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공작기계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대표 B씨는 “투자를 받으러 여러 곳을 뛰어다녀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라고 했다. 그는 “은행 문턱도 높아 대출 받기도 힘들다. 기업 성장을 위해 추가적인 기술 개발 등 눈앞에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계가 ‘투자 한파’로 시름하고 있다.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투자시장을 꽁꽁 얼리면서 경영 여건은 나빠지기만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내 스타트업 2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곳 가운데 6곳(59.2%)이 지난해보다 경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유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들 기업 중 84%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의 대내외 경제 불안으로 지난해에 비해 투자가 감소했거나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대비 투자 유치 금액이 증가한 기업은 16%에 불과했다. 감소했다고 답한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47.8%)은 투자금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에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전체 투자금은 862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8월(1조668억원)과 비교하면 19.1% 줄었다. 지난 7월의 투자금은 836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3조659억원)보다 무려 72.7%나 감소한 수치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악화로 투자회사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간만 보기도 하고, 누군가 리드해 투자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25일 전했다.


투자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아예 폐업을 하는 스타트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내 유수의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았던 모바일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유저해빗’은 지난달에 문을 닫았다. 통상 창업 3~7년차에 겪는 ‘데스밸리’를 넘긴 10년차 스타트업이지만,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자금난을 피하지 못하고 폐업을 선택한 것이다. 기업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C사도 최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더해 고객사들이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을 보면 예전보다 많이 신중해졌다. 몸집 불리기에 나선 곳보다는 내실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다. 내년까지는 이렇게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접는 곳(스타트업)이 예년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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