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볼모 위법” 전장연 대표 고대 강연 취소에 ‘시끌’

[생각해 봅시다] 지하철 시위 비판·장애인 차별 반대 의견 충돌
총학, 학생 반발 의식해 취소 선언
일부에선 초청 강연 강행 움직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삭감을 규탄하며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고려대 강연이 취소된 뒤에도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 불편이 불가피한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판 목소리와 장애인 차별 반대라는 명분이 학내에서 부딪히는 양상이다. 일부 학생은 그대로 강연을 강행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인권연대국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에 “이번 인권주간 강연은 업무 진행이 미흡했던 부분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취소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앞서 20일 ‘2022년 고려대학교 인권주간: 시선’ 행사에 박 대표를 26일자 강연자로 초청한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돌연 취소를 선언한 것이다. 강연 공지 글도 삭제됐다.

총학생회 측이 예정됐던 강연을 취소한 건 학생들의 반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강연 소식이 전해지자 고려대 익명 커뮤니티인 고파스, 에브리타임과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학생이 반대 입장 글을 올렸다.

강연에 반대하는 이유로 학생들은 전장연이 진행하고 있는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의 불법성과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들었다. 전장연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승하차 방식으로 기습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 학생은 “(박 대표는) 시민을 볼모로 위법행위를 자행해온 전과 27범”이라며 초청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남의 인권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불편함만 호소해온 단체가 인권 강연을 하는 것이 맞느냐”며 의문을 표한 학생도 있었다.

반대로 ‘전장연에 대한 찬반과 강연 개최는 별개’라며 강연 추진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학생은 “나도 지하철이 지연돼 시험에 늦은 적이 있지만 그것이 강연 자체를 막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학생도 “전장연 시위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 장애인 차별 철폐라는 대의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행사 규모를 줄여서라도 고려대 캠퍼스 내에서 박 대표의 강연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총학생회 인권연대국과 함께 이번 섭외를 추진했던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본래 강연이 예정돼 있던 26일 오후 6시30분쯤 자체적으로 박 대표의 강연을 개최하기 위해 대관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다.

전장연 측은 아직 총학생회 비대위에서 공식적으로 취소 소식을 전달받지는 못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섭외를 추진하던 학생으로부터 ‘강연이 무산될 것 같다’는 정도만 전해 들은 상태”라며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갈등이 첨예해진 우리 사회의 각박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모습 아닌가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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