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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 시위 격화… 최소 41명 사망

히잡 안쓴 20대 여성 의문사 계기
“더 잃을게 없다”… 정권퇴진 요구

한 여성이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무부 앞 광장에서 20대 이란 여성의 죽음에 항의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이날 유럽 주요 도시에선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지난 16일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22)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의 죽음에 항의하는 이란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이란 도시 80여곳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목격자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현장을 보면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경찰은 테헤란 한 아파트 단지에 최루탄을 던지고 창문을 향해 총을 쐈다. 시위대는 보안군을 구타하고 차에 불을 질렀으며 여성의 복장 등을 감시하는 ‘풍속 단속 경찰’ 본부를 폭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란 국영TV는 시위가 시작된 지난 17일부터 최소 4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31개 주(州) 가운데 한 주에서만 여성 60명을 포함해 739명이 체포됐다.

시위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다 지난 16일 숨지면서 시작됐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까지 히잡을 불태우며 20대 여성의 죽음에 항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란 지도부의 부패와 정치탄압,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테헤란대를 비롯한 시위 현장 수십곳에서 ‘독재자에게 죽음을’ 구호가 나오고 있다.

거듭된 개혁·개방 실패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위기를 느낀 이란 국민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 지도자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위에 이란 공화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국민적 분노를 보여준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이란 책임자는 “젊은 세대는 잃을 것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어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와 평온을 반대하는 자들에게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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