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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해결한다더니… 내년 임산부 먹거리 지원예산 삭감

농식품 바우처로 통합돼 전액 삭감
3년 뒤에나 시행… 2년 공백 불가피
저소득층으로 축소 ‘선별 논란’도


올해로 3년차를 맞은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해당 사업 관련 예산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농식품 바우처 사업에 이 사업을 통합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빨라도 3년 후에나 지원이 재개된다. 설령 지원을 재개해도 중산층 이상 임산부는 혜택을 볼 수가 없게 된다. 정부가 세계 최저 수준인 저출산 문제에 ‘말로만’ 정책지원을 약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은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지 12개월 이내 산모가 본인 부담금 9만6000원을 내면 연간 48만원어치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에코몰’을 통해 회당 3만~1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사업에 참여한 임산부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사업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사업 첫해인 2020년 설문조사 결과(58.4%)보다 26.3% 포인트나 긍정 답변 비중이 늘었다. 아이를 또 낳으면 재참여하겠다는 응답은 99.9%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첫해 135억4000만원이던 사업 예산을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157억8000만원으로 증액했다.

그랬던 사업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는 ‘0원’이 될 처지다. 예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농산물을 지원하는 사업인 ‘농식품 바우처’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 확대 과정에서 먹거리 지원 사업을 통합하겠다는 방향성도 내비쳤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이 통합 대상에 포함돼 있다 보니 예산 편성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합될 경우 지원 공백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국정과제 일정상 농식품 바우처 지원 사업이 확대 개편하는 시점은 2025년부터다. 최소한 2023~2024년에는 임산부와 영아를 위한 친환경 먹거리 지원이 불가능하다.

지원 대상이 축소되는 점도 논란거리다. 농식품 바우처 사업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설령 2025년부터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중위소득 50%를 초과하는 가구에 속한 임산부들은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25일 “농식품 바우처로 통합하면서 논의를 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임산부 먹거리 지원조차 선별 복지 대상이냐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0.81명인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보편적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 정부가 아무리 문재인정부에서 도입된 사업을 지우고 싶어도 이 사업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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