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 관리비가 23만원!… 싸다더니, 청년주택이 너무해

가이드라인 없어 인건비 많이 발생
市 “효율적 인력 기준안 만들 계획”
높은 관리비, 주거취약층에 큰 부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역세권 청년주택.

청년과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도입된 역세권 청년주택의 관리비가 인근 오피스텔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을 보여 주거안정 지원이란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관악구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에 민간입주로 들어온 김모(24)씨는 지난달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한 달 관리비로 23만원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30㎡에 살고 있는 김씨의 고정 관리비는 월 17만원이다. 여기에 세대 전기료 등이 더해지면서 20만원 이상의 관리비가 나온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알아본 인근 비슷한 조건의 오피스텔 관리비는 9만~10만원 선이다.

이런 높은 관리비가 실질적인 월세 부담이 되면서 입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시세보다 더 싸게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김씨가 입주한 청년주택 역시 홈페이지에 ‘시세 95% 미만의 저렴한 임대료’를 내세우고 있다. 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3만5000원 수준이지만 여기에 20만원 이상의 관리비가 부과되다 보니 ‘저렴한 월세’는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리비가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관리비 책정 주체는 청년주택 건물을 소유한 민간 업체다. 통상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거쳐 입주민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을 경우 추가 인력 고용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청년주택은 이런 과정 없이 관리사무소에 기본 4명의 인력을 두면서 고정비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청년주택을 민간에서 관리하는 경우 관리비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소속의 한 임원은 26일 “오피스텔의 경우 회계기준이 따로 없는데 이 경우 시공사가 그대로 건물 관리 회사가 되면서 업체 직원의 급여가 관리비에서 나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비의 경우 관리사무소 인원을 얼마나 배치하는지가 문제인데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안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입주민들이 해당 관리비에 대한 고지를 사전에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입주 전 ‘입주자 모집 공고’ 서류에는 고정 관리비에 대한 고지가 포함돼있지 않다. 현장에서 계약을 진행할 때 볼 수 있는 계약서 마지막 부분의 특약사항에만 ‘월 17만원에 그 외 수도, 전기, 가스 별도’라는 안내가 나와 있다.

김씨는 “계약 전 입주자 공고를 통해서는 (관리비 문제를) 알 수 없었다”며 “당일 현장에 도착해서 알았는데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순서가 넘어가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도 관리비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기별로 한 번씩 관리비 내역을 공문으로 제출받고, 내역상 관리비가 과다하면 조사를 거쳐 시정 조치 협조 요청을 한다”고 했다. 이어 “전체적인 임대료나 관리비에 대한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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