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 증경… 촬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기독교계에서만 쓰는 古語

예장합동 총회가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 주다산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일보DB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은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 주다산교회에서 107회 총회를 개회하면서 ‘천서위원회’ 보고를 가장 먼저 받았다.

‘천서’라는 낯선 단어는 위원회 성격마저 이해하기 어렵게 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여러 개 뜻이 있었다. ‘천자(天子)의 계통(天序)’, ‘하늘의 계시를 적은 책(天書)’이었다. ‘하늘이 내린 상서로운 징조(天瑞)’라는 뜻도 있는데 총회 회무와는 관련 없어 보였다. 천서위원회는 전국 노회가 보내온 총대 명단을 검토하고 이를 확정하는 일을 한다.

고영기 예장합동 총무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회 서기와 부서기, 회록서기 3인으로 구성되는 천서위원회는 총대 자격을 검토해 총대 명단을 확정하는 위원회로 총회를 개회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과거 ‘천거한 내용을 담은 글’을 의미로 썼던 천서(薦書)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천서 외에도 과거 일상 용어로 사용하다 지금은 사라지고 기독교계에만 남은 단어는 많다. 예장합동과 통합 총회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증경(曾經)’과 ‘헌의(獻議)’ 등이 대표적이다.

증경은 ‘일찍이’, ‘이전에 겪은’ 등의 뜻을 가졌다. 우리나라 장로교가 1912년 정식 교단을 창립하기 전인 1910년부터 ‘회장을 지낸 사람’을 의미하는 ‘증경 회장’을 사용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사실 부사인 증경은 형용사나 동사 앞에 써야 하는데 명사인 ‘회장’ 앞에 붙어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다.

‘윗사람께 의견을 아룀’이라는 뜻의 헌의는 1909년 장로교회 회의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 촬요(撮要)는 ‘요점을 골라 취함’이란 뜻으로 회의가 끝난 뒤 중요한 결의 사항을 발췌, 요약한 소책자다. 고퇴(叩堆)는 의사봉을 의미한다.

100년 동안 사용하는 회의 진행법도 있다. “가(可)하시면 ‘예’ 하시오”가 대표적이다. 안건 토의를 마치고 회원들의 의사를 확인할 때마다 의장이 물어보는 질문인데 대다수 교단이 사용한다. 선교사들이 교단 총회장으로 활동할 때 한국말이 서툴러 생기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던 독특한 회의법이다.

교단별로 이미 사라진 사어(死語)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노력도 있다.

예장통합 총회는 2019년에는 천서위원회를 ‘총대 자격심사위원회’로 고치는 등 몇몇 고어를 현대적 표현으로 바꾼 일이 있다. 앞서 예장고신 총회는 2015년 용어 개혁을 단행해 ‘헌의’는 ‘상정’으로, ‘촬요’는 ‘요약’으로 바꿨다.

예장통합 기독교용어연구위원장을 지낸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성경도 개정하는데 100여년 전 회의 용어를 지금 쓰는 말로 수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동의할 수 없는 말을 고수하는 건 문제다. 범교단적으로 고어나 사어를 현대어로 바꿀 때”라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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