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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비 휴게시간 규정 바꾸니… 출퇴근 두 번 시킨 교육청

당국 ‘근로시간보다 짧아야’ 신설
근로인정 시간 안 늘리고 꼼수 대처
교육청 “근거리만 채용… 문제 없어”


대구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당직경비원 A씨(62)는 평일 하루에 두 번씩 출퇴근을 한다. 오전 7시까지 학교로 나와서 교내를 순찰하면 오전 근무 시간인 1시간30분이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A씨의 당일 근무는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퇴근했다가 오후 4시 다시 학교 당직실로 두 번째 출근을 한다. A씨는 교실 창문과 복도 출입문 개폐를 점검하고 교정 안을 순찰하다가 오후 10시 두 번째 퇴근길에 오른다.

출퇴근 시 버스로 각각 30분이 걸려 하루 두 번 학교를 오가는 데 최소 2시간이 소요된다.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 휴일은 한 달에 나흘 주어진다. 주중엔 퇴근 후 몇 시간 안 지나 다시 출근을 해야 해 늘 피곤한 상태다. A씨는 “이렇게 왔다 갔다 반복하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A씨가 하루 두 번의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건 고용노동부 훈련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 영향 때문이다. 그 이전에 A씨와 같은 당직경비원은 야간을 포함해 장시간 일하고도 그만큼 근로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무지에 계속 머물러야 하지만, 근로시간보다 긴 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A씨가 일하던 곳도 평일의 경우 야간 시간을 포함해 모두 16시간 동안 근무지에 머물러야 했지만 근로시간은 6시간밖에 인정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휴게시간이었다. 문제는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시간도 근무자들이 긴급 호출에 응하는 등 사실상 ‘공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국민일보 2021년 10월 4일자 1면 참조).

고용부는 지난해 10월 25일 학교 당직경비원 등을 대상으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수면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은 근로시간보다 짧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런데 일선 학교에서는 근로 인정 시간을 늘리는 대신 하루 출퇴근을 두 번씩 시키는 ‘꼼수 근무’가 등장한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근무를 시작한 신입 초·중교 당직경비원 100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두 번씩 출퇴근을 지시했다.

경북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50대 B씨 상황도 비슷하다. 출근하는 데만 40분이 걸린다는 그는 “일을 시작하고 보니 여유 시간이 너무 적다”고 호소했다.

하루 두 번 출퇴근은 교통비 부담으로도 연결된다. A씨가 한 달 근무로 손에 쥐는 실수령액은 식대 포함 183만원 정도인데, 출퇴근을 위해 한 달에 100번 이상 버스를 타다 보니 교통비로만 월 12만원 이상 나가는 실정이다.

전재민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직국장은 “근로 인정 시간을 늘려 달라는 것이 규정 신설의 취지이자 노동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였는데, 인건비 상승 없이 휴게시간만 줄여서 면피하겠다는 얄팍한 술수를 부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시교육청은 관련 근무 형태에 맞춰 근무자를 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직경비원들의 근무 질 제고를 위해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며 “채용 때부터 출퇴근 시간이 길지 않은 근거리 거주자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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