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내용 따라 변하는 ‘그린스마트스쿨’ 학생을 들뜨게 하다

1기 학교 지정된 인천여상 탐방

인천여상 나래관 카페에서 봉사하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음료를 만들고 있다.

학교 공간은 그동안 학교 수업을 속박해 왔다. 교사가 교단에 서서 지식을 쏟아내면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서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공간이 수업을 규정해 왔다는 게 다수 교육자들의 생각이었다. 수업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똑같은 교실과 비좁은 복도, 불필요하게 큰 운동장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다. 다수 학생을 소수의 교사가 통제하려고 만든 구조. 그래서 학교는 종종 ‘교도소’에 비유되곤 했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은 이를 탈피하기 위해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학교 건물과 교실을 만들기에 앞서 학생 교사 학부모로부터 광범위하게 의견을 듣는다. 먼저 ‘우리 학교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정하고 이에 필요한 공간을 도출한다. 이를 ‘사전기획’이라고 부른다. 학교 관리자와 시설 담당자 몇 명이 정하던 과거 방식과 다르다. 사전기획 뒤 학교 구성원들은 건축가들과 협업해 본설계를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학교는 과거 학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런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인천 중구의 인천여자상업고교를 최근 다녀왔다. 인천여상은 사전기획과 본설계 등을 모두 마치고 학교 공사를 앞둔 그린스마트스쿨 1기 학교다. 학생들은 새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칙칙한 통로 대신 화사한 카페
학생들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습도 하는 나래관 학생 쉼터 모습.

점심시간이 지난 인천여상 나래관 카페에서는 학생 다섯 명과 지도교사인 김성윤 선생님이 학생과 외부 손님들을 위해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나래관은 이 학교의 본관 옆에 위치한 별관으로 실습공간과 휴식공간 등이 들어서 있다. 이번 학기 초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열었는데 이날 교육청 관계자 등 외부 인사를 초청해 개관식을 가졌다.

인천여상은 크게 세 건물로 이뤄져 있다. 본관과 백조관, 나래관이다. 본관과 백조관은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전기획과 본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앞둔 상황이다. 나래관은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에서 사전기획 개념을 차용해 리모델링을 진행한 공간이다. 이 학교 김교운 교장은 “앞으로 지어질 본관의 모습은 이곳(나래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나래관 카페는 학생과 교사들의 요구를 반영한 공간이다. 과거 칙칙한 통로로 버려진 공간이었지만 학생들의 휴식과 소통을 위한 장소로 변신했다. 사전기획 단계에서 학생과 교사들은 “카페 같은 공간” “외부보다 좋은 자기주도학습 공간”을 요구했었다.

음료는 무료다. 학생 생활지도용으로 교사들이 발행하는 쿠폰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학생에게 쿠폰을 주는 식이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쿠폰을 내고 음료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거나 공부를 한다.

카페 봉사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김 교사와 학생들이 하고 있으며, 재료비는 실험실습재료비로 충당하고 있다. 장래에 카페 운영을 하고 싶은 학생들에겐 실습공간인 셈이다. 김 교사는 “상업교사로 (카페 봉사는) 가욋일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너무 좋아해서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 화사해진 공간이 아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듯하다”고 했다.

수업 내용 따라 공간이 변한다
인천여상은 교육부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에 선정돼 본관과 백조관(별관) 공사를 앞두고 있다. 두 건물은 나래관과 마찬가지로 학생 중심으로 설계됐다. 사진은 조감도.

근본적인 변화는 수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교 구성원 800여명이 참여한 사전기획에서 학생과 교사들은 이론수업과 실습의 연계가 공간 구성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직업계고 특성상 이론을 배우면 곧바로 실습을 통해 다지고 이를 취업과 연계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회계금융과 3학년 정유수양은 “나래관은 교실과 실습공간이 붙어 있다. 예전에는 이론 위주로 배우고 실습은 제대로 못해 아쉬웠다”며 “예를 들어 매입매출전표라는 걸 이론으로만 배울 때는 말도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바로 옆 실습실에서 회계프로그램을 직접 해보며 공부하니까 ‘이거 사실 별거 아니군’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계금융과 2학년 김윤지양은 “예전에는 공간이 한정적이어서 실습을 띄엄띄엄했는데 (나래관이 생겨) 공간이 바뀌면서 실습도 강화됐다. 회계법인 등의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데 실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래관의 공간 구성은 이론 수업이 이뤄지는 일반교실 사이에 실습실을 두는 방식이다. 폴딩도어를 통해 필요에 따라 일반교실과 실습실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본관은 나래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일반교실과 실습실, 면접 대비 공간, 휴식공간 등을 하나의 묶음으로 설계했다. 나래관처럼 폴딩도어 등으로 수시로 공간을 바꿀 수 있다. 본관 설계를 맡은 김재경 무영건축 상무는 “이 학교 그린스마트스쿨 공간 혁신의 기본 개념은 확장성과 융통성, 가변성이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라는 소프트웨어를 공간이라는 하드웨어가 뒷받침해주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새 공간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여상에서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을 총괄하는 허정아 교사는 “학생들은 서류 복사하는 방법을 하나 익히는 것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쉽지 않다”며 “어떤 수업을 하느냐에 따라 개방형 공간이 좋을 수 있고 폐쇄형이 좋을 수 있다. 수업 내용에 따라 교실이 이리저리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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