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소음 걱정 ‘뚝’… 전기 이륜차 시장 확장 ‘가속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라이더 급증
정부·제조사, 본격 이륜차 전동화 전환
주행거리·충전 인프라 가장 큰 걸림돌

게티이미지

전 세계 완성차 생태계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하게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인류가 지속가능하려면 무엇보다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륜차(오토바이)는 완성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동화 전환이 더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륜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정부와 제조사를 중심으로 전동화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신규 등록한 이륜차가 15만2623대라고 30일 밝혔다. 2019년 11만1698대, 2020년 14만3038대에 이어 지난해에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라이더가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배달라이더는 일반 이륜차 운전자보다 주행거리가 길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한다. 주택가에서 시끄럽게 ‘부릉’하는 이륜차 소음도 문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행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엔진소리도 나지 않는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전기 이륜차 시장은 빠르게 확장 중이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 이륜차 시장 규모는 2019년 255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532억원으로 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1만2003대에서 1만8072대로 50.6% 늘었다. 전 세계 전기 이륜차 시장도 올해 7400억원 규모에서 2027년에는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만 주도 기업이 없다. 완성차산업에서는 테슬라가 전기차를 선점해 경쟁에서 치고 나갔지만, 이륜차 시장에는 아직 독보적인 존재가 없다. 한국 정부는 이륜차 전동화에 소매를 걷었다. 환경부는 국내 판매 이륜차를 2030년까지 모두 전기 이륜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듯 전기 이륜차에도 출력에 따라 85만~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서울 등 주요 지자체의 전기 이륜차 보조금은 이미 동이 났다.

전기 이륜차의 최대 고객은 배달라이더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이륜차 고객의 80%는 배달용”이라고 했다. 지자체의 전기 이륜차 보급정책도 배달 이륜차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 이륜차 6만2000대를 보급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3만5000대는 주5일 배달을 뛰는 전업 배달라이더다. 세종시는 2024년까지 배달용 이륜차를 전부 전기 이륜차로 전환하고, 주요 지점 60곳에 이륜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륜차 제조사들도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세계 1위 이륜차 제조사인 혼다는 2045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 이륜차로 전환하겠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2025년까지 전기 이륜차 10종을 출시한다. 판매 비율도 지난해 0.4%에서 2030년 15%(약 35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혼다의 발표를 두고 NHK는 “이륜차 시장에 전동화 바람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소 이륜차 제조사들도 전기 이륜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환경부 보조금 지급대상으로 등록된 업체만 41곳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나오다 보니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만 해서 판매하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이 여전히 많다.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업 라이더는 통상 하루 120㎞ 이상을 주행한다. 대부분 전기 이륜차는 배터리 용량이 넉넉하지 않아 1회 충전 시 60~70㎞ 주행이 고작이다. 일반 충전기로 완충하려면 4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시간이 돈’인 배달라이더에게 치명적인 단점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배터리를 추가로 넣을 수도 없다. 공간이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무게가 늘면 이륜차의 최대 장점인 민첩성에서 약점이 발생한다.

정부와 업계가 눈여겨보는 건 배터리 교환식 충전소다. 배터리 교환소에서 방전 배터리를 완충 배터리로 바꾸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배터리 교환소 실증사업을 위해 올해 예산 5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DNA모터스는 공공기관, 편의점, 공중전화 부스 같이 접근성 좋은 장소에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하고 있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 15개 정도 마련했고 연말까지 약 200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젠트로피도 배터리 교환식 전기 오토바이 ‘젠트로피Z’를 출시하고 올해 안에 수도권에 배터리 교환소 100여곳을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적잖은 배달라이더들은 배터리 교환에 난색을 표시한다. 현재 배달라이더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혼다 스쿠터 PCX의 경우 한번 주유하면 종일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 이륜차로 바꾸면 인근 배터리 교환소를 찾고, 배터리를 분리하고, 완충된 배터리를 다시 장착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전기 이륜차 업체마다 배터리 크기와 전압 등이 다른 상황에서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산업부와 국가표준기술원은 빠른 전기 이륜차 전환을 위해 배터리의 국가표준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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