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교회 오빠 다 어디 갔나요

교회 청년 성비 불균형 원인과 대책

그래픽=신민식·게티이미지뱅크

#1. 모태신앙으로 신앙생활을 해 온 이은정(가명·29)씨는 교회에서 5년째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다. 애초 1년간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연임에 재연임이 이어졌다. 중등부 때부터 주축으로 교회학교 활동을 해왔던 또래 남성 청년들에게 회장직 바통을 넘겨줄 예정이었지만 그들이 하나둘 교회를 떠나거나 ‘가나안 성도’가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씨에게 청년부 임원보다 더 큰 고민은 ‘결혼’이다.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N포세대’ 또래 친구들과 달리 결혼과 출산을 통해 안정적인 신앙의 가정을 꾸리고 싶었지만, 쪼그라들고 있는 교회 울타리 안에선 좀처럼 배우자감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남성 청년들이 많이 출석한다는 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친구의 말에 솔깃하면서도 오랜 기간 몸담아왔던 공동체를 떠나기는 어려워 마음을 접었다.

#2. 올해로 대학청년부 사역 9년 차를 맞은 정민우(가명·41) 목사는 최근 몇 년 새 여성 청년들의 신앙 고민을 상담하고 돌보는 과정에 전환점을 맞았다. 핵심은 이성 교제 문제였다. 같은 고민이지만 접근 방식과 해결 방식이 달라졌다. ‘교회 안 다니는 남자 친구와의 연애, 괜찮을까요?’ 과거엔 신앙이 있는 친구와의 교제를 권면하거나 평소 소통하던 타 교회 청년부 성도를 소개하곤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소위 ‘교회 오빠’들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이성 교제마저 포기하게 할 순 없었다. 정 목사는 요즘 교회 저녁심방이 부쩍 늘었다. 교회 안 다니는 ‘남친’과 교제를 시작한 성도 커플을 ‘힙 플레이스’에서 만나 식사도 하고 인생 선배로서 조언하기 때문이다. 폭넓고 재미있는 대화를 위해 청년들의 주요 관심 분야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나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는 물론 해외 프로축구 농구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관련 기사도 꼼꼼히 챙겨본다.

교회 오빠? 응답 없는 추억 속 캐릭터

온화한 성품에 수려한 외모, 빼어난 예술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남성 청년 이상형의 대명사. 바로 ‘교회 오빠’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 사이에선 “교회 오빠는 드라마 속 과거 회상 장면에나 등장하는 추억 속 인물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인구 총조사 중 ‘종교별 인구’ 항목은 10년 주기 조사 항목이다. 가장 최근 결과(2015년)만 살펴봐도 남성 크리스천 청년이 얼마나 많이 감소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기독교 전체 인구와 남성 기독교 인구 모두 증가세를 보였지만 20~24세 청년 기독교인은 급격히 줄었다. 특히 여성 청년이 10년 사이 2만4000여명 줄어든 데 비해 남성 청년은 12만7000여명이 줄어 충격을 줬다. 감소율은 약 35%. 교회 오빠 3명 중 1명이 사라진 셈이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된 시기에 대한 조사에서도 여성보다 남성 기독교인의 청년 시기 교회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기독교인의 교회 이탈률은 고교 시절부터 여성의 이탈률을 역전해 취업 후까지 이어진다.

서울 양천구의 한 교회 청년부를 담당하는 임혁수(가명·35) 목사는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청년부의 남녀 성비는 2대 8이나 3대 7 정도로 여초 상태인 곳이 많다”며 “특히 임원 구성에 있어선 과거에는 10명 중 6~7명이 남성 청년이었는데 요즘엔 2~3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임 목사는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특히 군에서 제대한 청년들의 이탈률이 높고 청년부로 돌아온다 해도 예전의 신앙 열정을 잃은 경우가 많다”며 “이는 여성 청년들의 이탈, 교회 청년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답을 원하는 청년들·… 답이 없는 신앙적 꼰대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서에서 15년째 사역 중인 민희진(36) 서울 서부성결교회(임채영 목사) 청년부 담당 목사는 ‘청년들의 인생 고민에 적절하게 답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공동체’를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민 목사는 “일상적으로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교회 내 관계에서는 납득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그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스스로 ‘나는 교회 문화에 어울리지 않아’라며 튕겨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체적 나이가 아니라 신앙적 나이에 따른 세대 차이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되기도 한다”고 했다. 부모를 따라 유년 시절부터 교회 안에서 자란 성도 중 기성세대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학습하면서 또래 청년에 비해 젊게 사고하지 못하는 ‘젊은 꼰대’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민 목사는 “청년들 안에서의 세대 차이가 가치관 충돌로 이어지면 기성세대와 세대 차이보다 충격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내 의견 불일치, 문제 상황 발생 시 나타나는 남녀 성도 간 반응의 차이도 교회 이탈률 차이의 배경으로 꼽힌다. 손성찬 서울 이음숲교회 목사는 “남성 청년의 경우 비상식적, 비논리적 문제 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개혁적이며 저항적인 반응을 보이는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며 “갈등이 제때 해소되지 않으면 공동체를 떠나는 남성 청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응답하라 청년들! 최우선 과제는?

청년부 담당 교역자와 청년세대 사역 전문가들은 “청년 성도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크리스천 청년 감소를 가속할 수 있는 뇌관”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와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담 사역자’ ‘성경적 가치관을 사회적 행동으로 표출할 수 있는 경험의 확대’ ‘미래의 청년 세대를 위한 영적 양육’ 등 세 가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서울 성일교회(이영배 목사) 대학·청년부를 담당하는 박효범(40)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 청년부 사역은 짧은 시간 동안 거쳐 가는 부서 사역으로 여기는 정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 세대의 관심과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전을 제시해 줄 전담 사역자가 지속적으로 사역할 때 비로소 소통다운 소통이 이뤄질 것”고 말했다.

최근 국민일보가 보도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교회 인식 조사’에서 청년 응답자들이 ‘의사 결정 참여 기회 부여’(12.7%) ‘문화적 선교전략 마련’(12.5%)보다 ‘전문 사역자 양성’(18%)을 청년층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결혼문화사역단체 갓데이트의 문형욱 대표는 “교회를 ‘재미없고 규율 많은 집단’으로 여기는 청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기후 환경 문제, 사회적 정의 등 MZ세대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를 이끌어 가는 공동체도 많다”고 역설했다. 이어 “교회가 사회적 이슈에 성경적 혜안을 갖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얼마든지 ‘트렌드 세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곧 교회가 청년 세대가 주목하는 ‘힙한 공동체’로서의 길을 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사역 전문기관 브리지임팩트사역원 정평진 대표는 “시대적 환경이 주는 고민과 난관이 여전하더라도 이를 대하는 자세를 미리 준비한다면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며 중고등부 성도들을 위한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그는 “중고등부 시절엔 대학·청년부 선배들을 ‘인싸(인사이더)’로 생각하며 대학 생활을 꿈꿨는데 막상 대학부에 올라와 보니 롤모델 같던 선배들이 ‘아싸(아웃사이더)’ ‘가나안 성도’로 전락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련회나 특강 등을 활용해 당면하게 될 현실적 고민을 성경적 본질에 비추어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 중고등부 성도들에게 시의적절하게 교육하는 과정을 준비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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