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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경제위기 극복에 짐이 된 정치

하윤해 정치부장


한국 정치는 여야 갈등이라는 지병을 달고 살고 있다. 최근 이 고질병이 더욱 악화됐다. 여야 관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김건희 특검법’으로 꽉 막혀 있다. 민주당은 당대표를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도 대통령 부인 문제는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타협점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이유다. ‘이재명 수사’와 ‘김건희 특검법’만으로도 틈이 안 보이는데,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까지 터져 나왔다.

여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기가 좋을 때야 ‘저런 정치권에 무슨 기대를 하겠나’ 눈살만 찌푸리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가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7일 “고물가에 몸살을 앓고 있고, 환율은 요동을 치며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대로다. 추 부총리는 “복합위기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긴장하며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의 공포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경제 위기가 계속될 경우 가계와 기업의 비명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고도성장으로 경제위기를 ‘남 일’로 알았던 한국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속출했고,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걸출한 리더십이 있었고, 여야도 힘을 합쳤다. ‘금 모으기 운동’은 또 어땠나. 온 국민이 내놓았던 금이 경제위기 극복에 실제적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한 자발적 노력은 내부적으론 전 국민을 단결시켰다. 외부에는 ‘한국은 경제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세계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결정을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 정치권의 역량으로 지금의 경제위기 ‘쓰나미’를 극복할 수 있을까. 답은 비관적이다. 정치는 오히려 큰 짐이 되고 있을 뿐이다. ‘이재명 수사’ ‘김건희 특검법’ ‘비속어 논란’ 등 경제위기 극복이나 민생과 전혀 무관한 이슈로 치고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정기국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 등 법안을 7대 입법과제로 뽑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에 대해선 “조 단위 혈세가 들어가는 포퓰리즘 법안”으로 규정했다. 노란봉투법엔 “민주노총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30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깜짝 통화’를 갖고 “빠른 시간 내 만날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취임 축하난을 전달하기 위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뤄진 통화였다. 그러나 검찰의 이 대표 소환 통보로 협치는 물거품이 됐다.

28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40원을 돌파했다. 13년6개월 만의 일이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이다가 1440원 턱밑인 143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도 전날보다 2.45% 떨어진 2169.29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2200선 아래로 밀린 것은 2년2개월 만이다.

이런 날에도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 등은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서울 상암동 MBC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모두진술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씁쓸하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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