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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명 안하면 외교 어려워져”… 尹 대응에 담긴 메시지

유감표명 땐 사과한 점만 부각 우려
보도 직접 반박하며 강공 나선 듯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기 전 ‘AI(인공지능) 테크플러스’ 전시장을 찾아 고등학생들이 개발한 로봇 팔로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참관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에 대해 유감 표명 없이 강공을 선택한 것은 주요 우방국을 겨냥한 외교적 메시지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속어 논란에 대한 국내 초반 보도와 이를 인용한 외신 보도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미 의회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조롱한 것처럼 국제사회에 알려진 만큼 이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명확히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8일 “이번 사태에 대해 전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분명하게 해명하지 않으면 앞으로 외교하기가 어렵다고 봤다”며 “윤 대통령도 26일 출근길에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직접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짚고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전혀 담지 않은 26일 출근길 문답 발언 수위를 두고 당일 새벽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도 비속어 논란을 초래한 발언 내용 일부가 부적절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를 조롱했다는, 사실과 다른 발언 내용이 외신으로까지 확산된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이 사실과 다른 국내 보도와 외신 보도를 기정사실화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당혹스러워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때문에 26일 출근길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하며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비속어 논란에 대한 유감 표명이 선행될 경우, 윤 대통령이 사과한 사실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통령실이 MBC에 대응 수위를 높인 데에는 MBC가 백악관에 비속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이메일을 보낸 데 대한 불쾌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아닌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한·미동맹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이번 비속어 논란을 ‘광우병 사태’와 겹쳐보는 시각도 ‘강공’을 선택한 배경 중 하나다. 2008년 4월 MBC의 광우병 관련 보도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확산하면서 이명박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지율 급락을 겪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 광우병 사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흔들었던 것처럼 비속어 논란으로 윤 대통령을 흔들려 하는 것 아니냐고 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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