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도록 월세 깎아 줬는데… 배은망덕 고시원 주인 살해범

세입자 “겨울 난방 잘해주셨던 분”
30대 장기 투숙객 ‘강도살인’ 영장

전날 70대 건물주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고시원의 28일 전경. 경찰은 해당 고시원에 장기 투숙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남성 A씨를 검거해 강도살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송경모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70대 고시원 주인을 목 졸라 살해한 용의자는 해당 고시원에서 장기 투숙하던 30대 남성이었다. 고시원 주인은 사정이 어려운 이 남성에게 시세보다 싸게 방을 내줬지만, 피의자는 고시원을 떠나는 날 금품을 훔치고 살인까지 저질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날 발생한 고시원 살인사건 용의자인 30대 A씨에게 강도살인죄를 적용키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현금 몇 만원과 신용카드, 통장을 챙겨 달아났으나 당일 오후 10시쯤 성동구 한 사우나에서 검거됐다. 훔친 돈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도주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씨를 추적했다.

앞서 27일 낮 12시50분쯤 신림동의 한 고시원 지하 1층에서 건물주 B씨(7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의류로 목이 졸리고 양손은 인터넷 랜선으로 결박된 채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된 부검에서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됐다.

세입자와 이웃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A씨는 해당 고시원에 10년 넘게 묵은 장기 투숙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시원 월세는 방 크기에 따라 15만~22만원인데, 마땅한 직업이 없던 A씨 사정을 고려해 B씨가 이보다 저렴하게 방을 내주고 있었다고 한다. 방을 빼겠다는 의사를 밝힌 A씨는 범행 당일 열쇠를 반납할 겸 마지막 인사를 하러 B씨가 머물고 있는 지하 1층을 찾았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세입자들은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6년째 해당 고시원 5층에 묵고 있다는 한 50대 남성은 “겨울에도 난방을 유독 잘 넣어주던 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