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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7번째 해임건의안 통과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우리 헌정사에서 국회의 총리·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는 거의 대부분 야당의 정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임건의안이 헌법에 규정돼 있긴 하지만 해임 사유에 대해선 아무것도 명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헌법 63조 1항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조건으로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헌법 65조)라고 규정해 놓은 것과는 판이하다. 따라서 직무상 문제가 아니더라도 단순히 정치적 책임을 묻거나 정권을 흔들기 위한 카드로 사용돼 온 게 해임건의안이다.

제헌 국회 이후 지금까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경우는 6건이다. 19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이승만 정권), 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과 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박정희),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김대중),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노무현), 2016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박근혜)이 그들이다. 앞의 5명은 모두 물러났지만 김재수는 박근혜가 해임을 거부해 자리를 보전했다. 87년 개헌 이전엔 해임 조항에 강제력이 있었지만 그 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진 사퇴로 마무리한 임동원과 김두관의 사례는 사실 야당의 정권 타격용이었다. 8·15 평양 통일축전 방북단 일부의 친북 돌출행동 파문 책임(임동원), 한총련 대학생들의 미군 사격장 난입 사건 책임(김두관)이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김대중 ‘햇볕 정책’ 심판이거나 노무현 끌어내리기 포석이 강했다.

어제 역대 7번째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정국 주도권 다툼의 성격이 짙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외교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차원이지만 여야 간에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정쟁의 산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론으로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의 횡포라는 지적이 많지만 윤 대통령도 빌미를 줬다.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데 도리어 사생결단으로 나왔다. 정치는 없고 전쟁만 있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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