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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들어준 보험인데, 자녀는 ‘마이데이터’ 확인 불가

계약자·피보험자 같아야 볼수있어
개인정보 보호 탓에 반쪽 서비스

사진=뉴시스

은행 보험 증권 신용카드 등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모아 한눈에 보여주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다음 달 시행 10개월째를 맞는다. 그러나 새 기술을 접목한 보험업을 하는 ‘인슈어테크’ 기업에 한해서는 여전히 반쪽짜리다. 현재는 보험을 든 계약자와 보험금을 받는 피보험자가 서로 다를 경우, 계약자만 관련 보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출범 전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이라며 정보 공개 범위를 제한했던 금융당국은 인슈어테크 업계가 고사할지 모른다는 지적에 뒤늦게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29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험 정보 공개 범위에 피보험자를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를 가진 보험사 등 관계 기관과 올해 말까지 협의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고쳐 피보험자 정보를 공개하려는 취지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20·30대 성인이라도 직접 가입한 보험이 아닌 경우 마이데이터에서 본인의 보장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내는 계약자와 보험금을 받는 피보험자로 나뉘는데 마이데이터는 계약자 정보를 기준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모든 보험 상품 정보는 계약자가 요구했을 때만 전송할 수 있다’고 못 박은 결과다.

이에 따라 부모가 어린 자녀를 위해 가입하는 어린이보험이나 아내가 남편을 위해 드는 암·생명보험의 가입 여부나 보장 내역을 보려면 피보험자인 자녀나 남편이 아닌 계약자인 부모·아내 마이데이터에 접속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슷한 보험을 또 들거나 가입 여부를 몰라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도 유탄을 맞았다.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은 소비자별로 가입한 보험 상품과 보장 내역을 불러와 중복을 걸러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25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2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마이데이터가 반쪽짜리로 전락하면서 70명에 이르던 직원 중 절반이 퇴사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닥’과 ‘해빗팩토리’ 등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출범 전 가이드라인을 만들 당시 피보험자 정보를 함께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현행대로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축적된 데이터를 이미 확보한 대형 보험사들이 잠재적 경쟁자인 핀테크 업계를 견제한 게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마이데이터 출범 전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부터 피보험자 정보를 공개 대상에 포함했어야 한다”며 “금융위 오판에 보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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