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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퍼펙트스톰’ 엄습… 한국 경제 ‘꽁꽁’ 얼어붙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32% 낮춰
석유화학 나프타 ‘적자의 덫’ 허덕
기업들 내년 경영계획 전면 수정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가 촉발한 ‘퍼펙트 스톰’에 한국의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예측불가능한 혼돈 상황이 펼쳐진다는 우려가 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산업에는 이미 세계 경제의 침체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계획 등을 보류하고 사내 유보금을 쌓으면서 촉각을 곤두세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등 대기업들은 잇따라 최고경영진 회의를 열고 내년 경영계획과 방향을 짜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보통 기업들은 이즈음 부서별 내년 업무계획을 받는다. 이를 취합해 전사 차원의 경영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복잡하다. 원·달러 환율이 거침없이 치솟고,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존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태풍의 영향권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매출 가이던스(회사 내부 전망치)를 4월 전망치 대비 32%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나온 시장 컨센서스는 67조294억원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45조원 안팎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반도체 수요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경기 침체로 IT기기 수요는 급감했고,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되자 수요자들은 주문을 미루고 있다. 각 기업에는 재고만 쌓인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 6월 말 기준 재고 규모는 21조507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대비 5조528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 사정도 비슷하다. 재고가 지난해 말 8조9166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1조8787억원으로 33.2%나 뛰었다. 불황기에 재고가 늘면 기업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 신규 투자 위축으로도 이어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4조3000억원 규모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를 보류하기도 했다.

‘횡재세’ 얘기까지 나오며 호황을 누렸던 정유·석유화학 업종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적자의 덫’에 빠졌다. 나프타 가격에서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뺀 나프타 마진은 올해 1월 초 배럴당 4.52달러로 시작해 지난달 -27.48달러까지 추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치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나프타 마진 하락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본다. 여기에다 가전·자동차·IT제품 등의 원료로 쓰이는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PC(폴리카보네이트) 등의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자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복합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당분간 긴장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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