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수천명 난입… 경찰 최루탄 쏘자 출구로 몰려 ‘참변’

인니 자바주 축구장서 압사사고
23년 만의 패배에 홈팬들 흥분
“최루탄 없었으면 폭동 없었을 것”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1일(현지시간) 경찰과 시민들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이날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 수천명을 제압하기 위해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자 이를 피하려던 사람들이 출구로 몰려가면서 최소 12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에서 관중 12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패배한 팀 팬 수천명이 경기장에 난입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를 피하려던 사람들이 출구로 몰려가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네시아 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이날 오후까지 최소 125명이 숨졌다.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은 13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에밀 다르닥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 부지사는 앞서 17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가 “중복 사망자가 포함됐다”며 125명으로 정정했다.

사고는 전날 이 축구장에서 열린 ‘아르마 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간 축구 경기가 끝난 후 발생했다. 아르마 FC의 홈팬들은 숙명의 라이벌인 페르세바야 수바라야에 23년 만에 패배하자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경기장을 습격했다. 난투극이 벌어지자 경찰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날 아르마 FC는 페르세바야 수바라야에 2대 3으로 패했다.

니코 아핀타 동부 자바주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은) 무정부 상태였다”며 “난입한 관중들이 경찰관을 공격하려 했다”고 최루탄 사용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법률지원재단은 성명을 통해 “최루탄 사용과 부적절한 군중 통제, 과도한 무력행사가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이라며 “최루탄 사용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해 금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 경찰 차량 두 대가 파손된 채 넘어져 있다. 차량 주변의 쓰레기와 찢어진 현수막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참사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전날 이곳에선 관중 수천명이 경기장에 난입한 데서 촉발된 압사 사고로 최소 125명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당시 경기장에 있던 사진작가 수시 라하유씨는 뉴욕타임스(NYT)에 “최루탄이 너무 많이 터졌다”며 “많은 사람이 기절했고 최루탄이 없었다면 이런 폭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참사의 배경엔 인도네시아의 광적인 응원 문화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은 “축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아르마 FC의 팬들이 특히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어로 ‘죽을 때까지’라는 의미의 ‘삼파이 마티’(sampai mati)를 응원 구호로 외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경찰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또 개선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축구경기 리그 ‘리가 1’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에 요청했다. 그는 “이번 참사가 인도네시아 축구의 마지막 비극이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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