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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극단적인 브라질 대선

고승욱 논설위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영어권에 ‘The Squid Game’으로 서비스됐다. 일본에서는 ‘イカ(이카·오징어)ゲ-ム(게무·게임)’로 나갔다. 제목이 간명해 그냥 직역했다. 하지만 유독 브라질에서만 6번째 게임을 뜻하는 ‘Round 6’였다. 오징어 게임은 포르투갈어로 ‘조구(Jogo·게임) 다(de) 룰라(Lula·오징어)’인데, 애칭이 ‘룰라’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제목을 바꿨다.

해외 드라마 한 편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따져볼 정도로 이번 브라질 대선은 극단적이었다. 보수자유당 소속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극우 성향의 대중주의자다.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백인 남성에게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는 정치권의 부패를 신랄하게 공격하는 발언으로 어필해 2018년 대통령이 됐다. 시신을 제때 묻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았는데도 오토바이 수천대를 동원한 지지자들의 과격한 거리행진에 참석하는 비정상적 언행으로 화제를 모았다.

룰라의 길은 전혀 달랐다. 일곱 살부터 거리에서 땅콩을 팔았고, 열네 살에 철강공장 노동자가 됐다. 임신한 아내가 병으로 죽고,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는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평생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에 맞서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군사정권 몰락 후 세 차례 낙선 끝에 대통령이 됐다. 퇴임 직전까지 지지율이 80%에 달했지만 결국 국영 석유회사에서 비자금을 만든 혐의로 구속됐다.

일요일에 실시된 선거에서 룰라는 득표율 과반을 넘지 못했다. ‘좌파의 대부’가 한 달 뒤 ‘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와 다시 승부를 내게 된 것이다. 1차 투표에서 앞섰지만 열성적인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결집세를 무시할 수 없다. 외신들은 룰라가 큰 차이로 이기지 못한다면 유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향점과 지지층이 정반대인 두 사람의 극단적 대결. 어쩐지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아 불편하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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