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어디로 갔을까… 이정근 수사, 돈 흐름 쫓는다

檢, 구속 후 첫 소환… 청탁 정황 추궁
개별 명목 밝혀내야… 줄소환 불가피
李 “통상적 민원 청취… 빌린 돈” 주장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부 지원금 배정과 각종 인허가·승진 청탁, 선거비용 명목으로 사업가에게서 10억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구속 후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씨가 단순 차용금 주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향후 수사의 주안점은 청탁의 실제 성사 여부와 돈의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돈이 넘어간 명목이 상당히 다양한 터라 이씨 기소 이후에도 수사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4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이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그가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들을 접촉한 사실과 목적을 재확인하는 한편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받은 금품과의 연관성을 추궁했다. 이씨는 정치인으로서 통상적인 민원 청취였으며 빌린 돈일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과 사업가 간에 금품이 오간 상황에서 이번 수사의 핵심은 금품이 ‘빌린 돈이냐, 검은돈이냐’를 가리는 작업이었다. 계좌내역 확인과 관련자 진술을 묶은 검찰의 결론은 ‘차용금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이씨 측은 박씨와 송사까지 진행 중인데 일방적 수사·보도가 이뤄진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이 소송들이 오히려 ‘위장술’이라 강조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씨의 금품수수가 실제 청탁으로 이어졌는지, 청탁이 성사됐는지, 그에 따라 또다시 돈이 제3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까지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장 청구서에 담긴 이씨 범죄사실이 30개에 이르는 만큼 정부·공공기관 관계자 다수의 검찰 출석이 불가피하다.

검찰이 확보한 이씨와 박씨의 대화 녹음파일 속에 유력 인사들의 이름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게이트’가 거론됐다. 다만 검찰은 단정할 단계가 못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말로 언급된 것과 실제 청탁이 들어간 것, 금품까지 넘어간 것을 정확히 분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마스크 인허가 관련 면담 주선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씨는 2020년 상반기에 특정 마스크 업체 상품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류영진 당시 식약처장은 “이씨로부터 ‘국장을 소개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고 국장을 소개한 것이 끝이다”고 말했다. 이씨가 업체명을 언급하며 “마스크의 해외 무상지원에 합류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류 전 처장은 “허가에는 마스크 성능 시험 등이 동반돼야 해 청탁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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