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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전 계속운전 제도 이대론 안 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고장 나지 않는 물건을 개발한 회사가 결국 망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그렇다. 100년 정도는 거뜬하니, 쓰는 사람은 대박이지만 좀 과장하면 만들어 파는 사람이 망하기 딱 좋다. 원전의 운영 허가는 40년 내외지만, 물리적 수명은 최소 80년 정도는 무난하고 100년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 번 허가를 받고 100년을 운영해버리면 다른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올 수가 없어 일단 40년만 허가를 준다. 미국이 원전의 운영 허가 기간을 정한 배경이자 물리적 수명으로 오해하고 있는 설계수명의 진짜 의미다.

우리나라는 최초 운영 허가를 신청할 때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설계수명을 정해 안전성에 대해 허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사업자가 40년짜리 문제를 풀어서 제출하면 규제기관이 40년짜리 정답인지 확인해 40년 허가를 주고, 60년짜리 문제엔 60년 허가를 준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문제는 어려워지니 사업자가 자체 판단해 기간을 정하고 응시하는 셈이다. 기간이 끝나면 허가를 연장할 수 있다. 미국은 20년 단위로 허가를 주는데 3차 허가를 받아 80년 운영 허가를 받은 원전이 6기가 되고, 9기가 심사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 고리 1호기는 40년 만에, 월성 1호기는 40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폐쇄됐다. 40년 정도 된 원전의 건설 비용은 이미 회수돼 사실상 공짜 발전소라 할 수 있다. 추가 20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설비 개선 비용을 넉넉히 1조원이라 해도 경제성은 충분하다. 요즘 같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선 계속운전이 더욱 중요하다. 계속운전하는 원전은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이자 기존 원전 절반 이하의 발전원가로 전력 공급이 가능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에너지안보에 도움이 되는 자산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계속운전 제도는 선진 원전 이용국 제도에 비해 문제점이 많다. 기간이 10년 단위로 짧아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투자를 하기 어렵다. 20년 단위로 허가를 준다면 20년을 내다보고 안전 설비를 개선하기 때문에 경제성뿐 아니라 안전성 증진에 이점이 있다. 최초 운영 허가 심사 시 설계수명을 사업자가 정해서 신청하듯 사업자 자율로 계속운전 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래야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높일 수 있다.

설령 10년 단위로 주더라도 인허가에 드는 시간은 별도 산정해 10년의 실질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미국은 인허가가 지연되면 그 기간은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캐나다는 발전소 수명 연한을 실제 가동 기간을 가지고 판단하며, 일본도 심사로 가동 중단된 기간은 향후 운영을 보장토록 할 계획이다. 우리도 인허가로 가동이 중단된 기간은 운영 기간에서 제해야 한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내놓은 제도 개선은 계속운전 신청서 제출 기간만 연장해주는 것이다. 입시 서류 제출 기간만 바꾼 것이 입시제도 개선이 될 수는 없다. 입시를 바꿔야 진정한 개선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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