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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그들만의 엑스포 유치전

이성규 경제부장


꿈돌이는 1993년 대전엑스포의 공식 마스코트였다. 몸 색깔이 노란색에 머리에는 별이 달린 귀여운 우주인 형상의 꿈돌이는 88올림픽 ‘호돌이’의 뒤를 이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때 잊혔지만 복고 열풍에 다시 살아나 지금은 대전 지역화폐 ‘온통대전’의 홍보대사를 맡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새로운 도약의 길’이란 주제로 열린 대전엑스포는 전 세계 108개국과 33개 국제기구가 참가했고, 무려 1400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국민 3명 중 1명은 대전엑스포를 관람한 셈이다. 19년 뒤인 2012년 여수엑스포 관람객이 80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전엑스포가 얼마나 전 국민의 성원 속에 치러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대전엑스포는 가짜였고, ‘진짜’ 엑스포를 개최하기 위해 국력을 한데 모으자고 한다. 정부는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계획서를 세계박람기구(BIE)에 공식 제출했다. 재벌 총수들은 경쟁하듯 해외를 돌며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고, 정부는 부산엑스포 개최가 국운을 좌우할 행사인 것처럼 요란을 떨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 심드렁하다. 대다수 국민은 왜 대전엑스포가 가짜였는지, 2030년에 부산엑스포가 열리면 우리의 일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

정부의 설명은 이렇다. 경제·산업·문화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엑스포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대전과 여수엑스포는 ‘인정 엑스포’로 일종의 간이 행사다. 반면 부산엑스포는 5년에 1번씩 열리는 ‘등록 엑스포’로 그 위상이 크게 다르다. 쉽게 말해 대전과 여수엑스포는 우리가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열 수 있지만, 부산엑스포는 올림픽 개최국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정돼야 개최가 가능한 행사라고 한다.

2030년 ‘진짜’ 엑스포 개최지는 내년 11월 BIE 회원국 선거로 결정된다. 170개국 회원국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야 유치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가 유치를 신청한 상태다. 정부는 유치를 위해 나름 ‘드림팀’을 꾸렸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간 협력 유치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전 세계를 돌며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치 홍보대사로 방탄소년단과 배우 이정재 등 한류 스타를 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에게 왜 부산엑스포가 필요하고, 국민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은 부족하다. 개최 시 경제적 효과가 50조원을 넘는다고 선전하지만 공허한 숫자로 들린다. 오히려 부지 조성 등으로 6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들어가는 건 정부 재정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의 눈에는 새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는 재벌 총수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정부 내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등록 엑스포는 과거 엑스포와 달리 300만㎡가 넘는 부지가 필요한데 부산에 과연 그런 부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이길지도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금융시장 불안과 고물가, ‘바이든’과 ‘날리면’ 정쟁으로 어지러운 시국에 부산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거는 듯한 정부의 모습은 현실은 도외시한 채 이상만을 좇는 철부지로 비친다. 부산엑스포를 유치해 올림픽과 월드컵을 포함한 세계 3대 축제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부산엑스포 개최가 그토록 절실하다면 국민에게 대전엑스포는 가짜였다고 하는 게 아니라 왜 진짜가 필요한지 상세히 설명하는 게 먼저인 듯싶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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