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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툰 과잉 대응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자초한 문체부

좌측은 온라인 커뮤티니에서 회자되고 있는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우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발표한 언론보도자료.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정부를 풍자한 카툰이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만화축제에 전시된 것을 문제 삼아 4일 주최 측을 엄중 경고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권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해당 작품은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최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 출품된 ‘윤석열차’란 카툰이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해 앞장서야 할 정부 기관이 고등학생의 작품을 트집 잡아 하루에 2차례나 보도자료를 내고 엄정 대응을 외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문체부는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고 했는데 표현의 자유나 정치 풍자에 대해 무지하고 편협된 인식을 갖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와 8·15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 등에서 ‘자유’를 최고의 가치라고 거듭 강조했는데 정치권력을 풍자하고 비판할 자유는 제외돼야 한다는 게 문체부의 의중이란 말인가. 그런 선택적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문체부는 공모전이 문체부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주최 측에 대한 보복이자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창작 활동에 제동을 걸겠다는 노골적인 압박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정책의 대원칙에도 위배된다.

‘이렇게 풍자했네’라며 대범하게 넘기면 될 사안인데 문체부가 옹졸한 대응으로 법석을 떠는 바람에 오히려 수상작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다. 5일 문체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국민의힘은 문체부를 두둔하며 ‘문재인정부 때는 더 심했다’는 논리를 폈다. 남 탓과 물타기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한심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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