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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바람의 향기’ 감독 “7년 만에 韓방문… 집으로 돌아온 느낌”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하반신 장애를 가진 남자가 전신마비로 누워 생활하는 아들을 간호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전기가 끊긴다. 무엇보다 욕창방지 매트가 작동하지 않는 게 이 남자와 아들에겐 난감한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 담당자 에스칸다리가 마을을 찾는다. 고장난 부품을 구하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는 에스칸다리의 여정을 카메라는 따라간다.

영화는 주인공의 움직임만큼 느리고, 느린 만큼 많은 풍경과 소리를 담았다. 화면은 아름다운 시골 마을의 모습을 동틀 녘부터 깜깜한 밤까지 비춘다. 바람 부는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까지도 빼먹지 않았다.

장애를 지닌 사람들 혹은 장애물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 장면을 영화는 끊임없이 보여준다. 다리가 불편한 남자는 바늘에 실을 꿰어 달라는 노인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기 위해 천천히 움직인다. 서로 아무 대가 없이 베푸는 선의로 사람들은 각자의 장애를 넘어 삶을 이어간다.

5일 오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시사회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를 연출하고 에스칸다리를 연기한 이란 출신 하디 모하게흐(사진) 감독은 “받기를 기대하지 않고 준다는 건 논리적이지 않지만, 그렇게 하는 많은 사람들을 봐 왔다”며 “영화의 이란어 제목은 ‘아무것도 없는 땅’을 의미한다. 내 고향이기도 한 촬영지 데쉬다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인구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풍경 속에서 인간의 고통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장애인을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모하게흐 감독은 “세상엔 사회적 장애, 정신적 장애 등 많은 장애가 있다. 장애를 만났을 때 인간의 반응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게 영화의 주제이기도 했다”며 “이런 유형의 연기는 전문배우보다 제가 직접 했을 때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연기하면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모하게흐 감독은 두 번째 장편영화 ‘아야즈의 통곡’으로 2015년 BIFF 뉴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바람의 향기’는 그의 네 번째 장편영화다. 모하게흐 감독은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니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예의바른 환대로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며 “BIFF는 예술영화가 자유롭게 숨쉴 수 있도록 하는 축제다. 이란 영화의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부산=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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