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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어 상용도시’ 반대… 한글 의미 되새겨야”

김명진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김명진 한글문화연대 부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한글문화연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우리말을 둘러싼 환경은 쉴 새 없는 부침을 겪고 있다. 최근 K팝의 흥행 등과 함께 한글의 아름다움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조명을 받았지만, 동시에 부산의 ‘영어 상용도시’ 조성 논란,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 논란 등 우리말의 좁아진 입지를 보여주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명진 한글문화연대 부대표는 576돌 한글날을 앞둔 5일 서울 마포구 한글문화연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훈민정음 서문에도 나오듯 한글은 세종대왕이 한자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백성들의 ‘언어 인권’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글이 만들어진 의미를 되새기며 공공언어를 쉽게 써야 할 필요성과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돌아보는 한글날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07년부터 한글문화연대 활동을 시작한 김 부대표는 같은 해 9월 정부가 동사무소의 명칭을 ‘동주민센터’로 개정하는 정책을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했었다. 김 부대표는 이를 막지 못했던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았다. 그는 “명칭이 바뀐 후 여러 공공·사적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며 “공공기관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최근 부산에서 추진 중인 ‘영어 상용도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대표는 “세계박람회에 올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를 ‘상용’, 즉 늘 쓰자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영어가 들어서는 만큼 우리말을 볼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게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기된 ‘심심한 사과’ 논란 등 젊은 세대 문해력 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일부 젊은 층이 ‘심심(甚深)한’과 ‘금일(今日)’ 등의 한자어 뜻을 혼동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은 일이다. 김 부대표는 “진심으로 사과를 전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을 쓰는 게 더 적절하다”며 “문해력 저하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지만, 언어는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을 때 더 빛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이번 한글날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한글날 주간만큼은 한글이 들어간 옷을 입어보는 등 한글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작은 움직임이지만 이런 일들이 참여 잇기(챌린지)처럼 계속된다면 한글문화가 다양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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