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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JC 회생카드 명분 잃은 강원도 “레고랜드 빚 2050억 갚겠다”

보증 부담 벗는 회생 신청이라더니
채무 이행 공문 BNK투자증권 전달
‘말 바꾸기’ 지자체 신용 불안감 키워

연합뉴스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비 2050억원을 빚으로 떠안게 된 강원도가 ‘채무 부담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BNK투자증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빚을 줄여보겠다며 꺼내든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신청 카드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가 설 익은 판단으로 회생 신청을 선언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원도는 지난달 30일 2050억원 규모 아이원제일차 유동화증권(ABCP) 발행의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에 대출 약정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강원도는 공문에서 “기본적으로 토지 매매 합의서의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대출 약정 등에 관한 책임도 관련 절차 및 법령에 따라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앞으로 예상되는 금융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의 일환”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환 기한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BNK투자증권은 공문 내용을 채권자들에게 전달했다.

GJC는 2020년 최문순 도지사 재임 당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강원도가 출자한 기관이다. 도는 GJC가 자금을 조달할 때 채무 보증을 섰다. 지자체의 신용 보강을 얻은 ABCP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 등급인 ‘A1’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외국 기업이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로 설계돼 GJC는 이자도 제대로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강원도는 지난달 28일 보증을 선 책임을 지고 돈을 대신 갚는 대신 GJC에 대한 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는 게 이번 회생 신청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결정으로 GJC는 채무 만기 연장을 하지 않았고 ABCP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EOD는 채권자가 만기 전에 신용 위험이 커진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채권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강원도는 지난달 30일 BNK투자증권에 공문을 보내면서 다시 태도를 바꿨다. 회생 신청 결과와 상관없이 강원도의 채무 보증 액수가 줄지 않는다는 법률 검토를 거친 태도 변화로 해석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법률 자문을 받은 주관사는 이 같은 내용을 강원도 측에 알렸고, 강원도의 공문은 그 이후에 BNK투자증권에 전달됐다. 결국 GJC 회생 신청 결정은 아무런 효력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강원도의 말 바꾸기는 지자체 신용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만 키운 꼴이 됐다. 한국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전날 ‘아이원제일차’의 등급을 D로 낮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지자체의 신용 보강이 들어간 A1 채권이 EOD 나는 상황은 채권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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