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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직 개편 추진… ‘정책·조사’ 기능 분리

“각 기능별로 전문화 제고” 이유
법 집행 효과 되레 저하 지적 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와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요 해외 경쟁당국이 이미 두 기능을 분리해 운영 중이며, 각 기능의 전문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현재 인력 구조에서 이뤄지는 기능 분리는 오히려 공정거래법 집행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정위가 조사·심의(1심재판 격) 이원화라는 진정한 의미의 조직 개편은 외면한 채 ‘무늬만’ 조직개편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있다.

공정위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출범한 조직 선진화 추진단은 내부 의견 수렴, 외부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이르면 연말 조직개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조사와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주요하게 검토 중이다. 지금은 각 국과에서 지침·고시 등 법령 개정 업무와 사건 조사를 동시에 하고 있다면, 해당 역할을 완전히 구분하겠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해외 경쟁당국은 이미 두 기능을 분리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조사 면에서는 신속한 사건 처리, 피조사인의 권리보호 등에 기여할 수 있고 정책적 측면에서는 경쟁촉진·소비자 보호 등 정책 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설명대로 두 기능이 분리될 시 정책 기능이 강화되고, 조사의 독립성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 기능은 완전히 위원장 소관으로 하고, 조사 부문에선 사무처와 위원회 간 장벽을 더 두텁게 하는 기능적 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공정위원장이 강조하는 ‘규제 완화’는 정책적 측면에서 가능한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조사·심의 기능 분리라는 진정한 의미의 조직 개편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판의 독립성·중립성·객관성을 강화하는 게 피심인·국민 입장에서는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사무처가 과징금을 매기고, 1심 재판부 격인 공정위 전원위원회가 이를 확정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현 구조를 개선, 엄격한 ‘칸막이’를 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현 인력 구조 하에서 기능 분리가 적절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600여명에 불과한 직원을 둘로 나눠 사건 조사와 정책을 각각 전문화한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조직이 대폭 확대되지 않는 이상, 이 둘을 분리하면 오히려 공정거래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식으로 카르텔(담합) 등 중요사건은 법무부(검찰)가 담당하고, 공정위는 정책 기능 위주의 ‘공정위 힘빼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검찰의 기본 시각은 검·경 관계처럼 공정위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고 싶은 생각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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