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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뒤통수 때린 사우디… 11월 중간선거에 기름 붓나

美 요청에도 아랑곳… ‘기름값 악몽’
유가하락 주도 지지율 만회 물거품
레임덕 우려 속 중동정책도 시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이언으로 인한 피해와 구조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를 찾은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원유 생산 감축 합의로 인해 정치적으로 불리한 처지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OPEC+)의 원유 생산 감축 합의로 또다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다시 한번 ‘기름값’ 인상의 악몽을 겪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OPEC+의 이번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경종을 울린 것과 다름없다”면서 “유가 하락을 주도해 지지율을 겨우 만회했던 수개월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OPEC+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중심이 된 기구로, 이번 감산 합의는 러시아 요구를 사우디가 들어주는 모양새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OPEC+ 회동 직전까지 감산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했지만 사우디는 미국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은 물론 서방 전체가 패닉에 빠지는 모양새다. 유가 상승에 따른 겨울철 에너지 위기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극대화될 개연성이 더 커져서다.

그러자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하고 있으며 OPEC+의 에너지 무기화를 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2018년 미 대선 때부터였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자말 카슈크지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라는 판단을 내리자 바이든은 사우디 정부 전체를 “불한당(pariah)”라며 맹비난했다.

바이든이 집권하자 사우디는 전통적인 친미 노선을 변경해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말부터는 원유 감산에 나서 국제 유가 상승을 주도했다. 바이든은 미국 국내 유가가 급격히 치솟자 지난 7월 리야드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직접 담판을 지었다. 하루 75만 배럴의 원유 증산 및 ‘올해 말까지 증산 원유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사우디는 세계 경제 불황 예측이 나오자마자 이 약속을 뒤집고 원유 가격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NYT는 “사우디의 약속 뒤집기는 바이든 행정부로선 최악의 시기에 나왔다”면서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던 원유 가격이 80달러로 떨어졌지만 이번에 다시 상승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회복할 수 없는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불황 공포에다 휘발유 가격 재상승까지 겹치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간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상·하원을 공화당에 내주면 집권 후반기 내내 레임덕에 허덕이게 된다.

NYT는 “사우디와의 원거리 외교를 택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패착이 쉽게 회복할 수 있는 성질의 실수가 아니었음을 이번 합의가 잘 보여준다”며 “미국은 중동 정책 전반을 전면 재편할 시기에 봉착했다”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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