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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좋아할 만한’ 일자리

문수정 산업부 차장


“요즘 직원 구하기가 어떠신가요?” 중소기업 대표나 임원을 만났을 때 이 질문은 대화의 봇물을 터뜨리는 마법의 카드가 된다. 몸을 앞으로 조금 더 기울여 이런저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이거다. “사람 구하는 거 정말 힘듭니다. 일 잘하는 직원 구하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똑똑한 직원들을 붙잡아 두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양상은 다르지만 대기업 관계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MZ세대 직원들의 이직이 잦고, 선호 업무와 기피 업무가 뚜렷해서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을 빚는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공채로 들어갔으나 못 견디고 1~2년 만에 떠나는 신입 사원들의 이야기도 흔해졌다.

기업마다 직원 구하기가 힘들다는데, 20~30대는 직장 구하기를 힘들어한다. 둘 중 하나는 수월해야 마땅할 것 같은데 채용시장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만 메아리친다. 이런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오랫동안 좋은 일자리에 대한 견해는 이랬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누구나 알만한 회사,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업무, 탄탄한 복지 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 좋은 직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지나오면서 좋은 일자리에 대한 통념에 변화가 생겼다. 재택근무가 가능한지, 야근이 잦은지, 업무 환경이 쾌적한지, 조직문화가 유연한지 등이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요소가 됐다.

이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MZ세대 구직자의 관심도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구직자는 직장을 구할 때 ‘자기 성장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팬데믹 3년차를 맞으면서 최대 관심사는 ‘근무시간’으로 바뀌었다. ‘근무 환경’에 대한 관심 역시 3년 사이 6.0%에서 11.2%로 배 가까이 늘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가치관도 읽힌다.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는 대신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련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 부모 세대가 말하는 ‘좋은 일자리’는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듯하다.

지금의 구직자는 ‘좋아할 만한’ 일자리를 찾는 것 같다.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 서울 강남, 성수, 홍대 등의 핫플레이스에 근사한 사무실을 차리는 것은 ‘채용’ 때문이라고 한다. 스타트업의 젊은 대표들은 회사의 입지가 좋아야 젊은 인재가 모인다고 생각한다. MZ세대를 가장 잘 아는 MZ세대의 선택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에 대해서도 관점이 달라졌다. 정규직은 ‘이직에 유리한 스펙’이 될지언정 그것 자체만으로 구직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지 않는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에 ‘면 조리 로봇’이 도입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장시간 불 앞에 서서 국수를 만들어야 한다면, 직장을 떠나겠다는 직원이 생길 수 있으니 CJ푸드빌은 기피 업무를 로봇에게 맡겨버렸다.

MZ세대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직장보다 내가 좋아하는 직장을 다니고 싶어 한다. 로봇 도입에 대해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다니 말세다!”라는 관점에 머문다면 ‘라떼는’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요즘의 구직자는 로봇이 내 업무의 질을 높여준다면 함께 일하기를 흔쾌히 반긴다. 구인난의 해결은 유연한 사고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일자리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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