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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글쓰기로 독보적 위치… 佛 소설가 아니 에르노 영예

‘용기와 예리함’ 높이 평가받아
대표작 ‘세월’ 뒤라스賞 등 휩쓸어
“남성 편중” 지적 속 女 수상 의미
에르노 “영광과 동시에 책임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6일 파리 북서쪽에 있는 신도시 세르지 퐁투아즈에서 취재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82)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가지고 사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을 밝혀내는 에르노를 2022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는 상금 1000만 크로네(약 13억500만원)와 함께 메달 및 증서를 받는다.

에르노는 자전적 소설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며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문학을 설명해왔다.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은 때론 논란을 낳기도 했다.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난 그는 루앙대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사를 거쳐 2000년까지 문학교수로 재직했다. 1974년 자전적 소설인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격렬한 성적 체험과 무분별한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며 충격을 안겨 준 ‘단순한 열정’ ‘탐닉’,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냉철하게 회고한 ‘남자의 자리’ ‘한 여자’, 프롤레타리아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의 운명과 거기서 벗어나고자 분투하는 부끄러운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부끄러움’, 그리고 ‘세월’이 있다. ‘세월’은 자신의 전 생애를 고백한 회고록이자 그가 살아온 시대의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작품으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을 비롯한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들을 휩쓸었다. ‘사건’은 본인이 20대에 경험한 임신 중절에 대한 기록으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레벤느망’의 원작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 발표 현장에 전시된 에르노의 소설들.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가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2003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됐다.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인 안데르스 올손은 “에르노는 글쓰기의 해방하는 힘을 분명히 믿는다”면서 “그가 위대한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으로 수치심, 굴욕, 질투, 또는 당신이 누구인지 이해할 수 없는 무능을 묘사하면서 계급적 경험의 고통을 드러냈고, 이를 통해 감탄스럽고 영속적인 무언가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에르노는 수상자 발표가 나온 뒤 가진 스웨덴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이것이 제게 대단한 영광이라고 본다”면서 “그리고 동시에 내게 주어진 대단한 책임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은 세계문학계에서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던 탄자니아 난민 출신 영국 흑인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에게 수여됐다. 2020년 수상자인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 역시 자국 밖으로는 거의 번역되지 않은 작가였다. 그래서 올해 수상자는 유명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에르노는 지난 10여년간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다.

올해 노벨문학상이 여성에게 수여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노벨문학상은 그동안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거 수상자 118명 중 여성 수상자는 16명에 불과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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