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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계단 오르며 십자가 지고 골고다 길 걷는 주를 묵상

[건축주 하나님을 만나다] <15> 김포 가까운교회

경기도 김포 가까운교회는 유명 건축가인 곽희수 소장의 노하우로 쌓아온 건축 형태와 교회 공간을 결합해 재해석됐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의 전면엔 음각의 십자가가 있고 들린 구조인 캔틸레버, 사선의 순례자길 등이 담겼다. 이뎀도시건축 제공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있는 4차선 도로에 지상 7층 높이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우뚝 서 있다. 단조로움을 깨는 건 전면 하단에 음각으로 파낸 십자가와 꼭대기 층 통창뿐이다.

밋밋하다 못해 거대해 보이던 콘크리트 덩어리는 방향을 바꾸는 순간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직육면체 큐브는 끼워 넣은 블록처럼 공중에 떠 있거나 올록볼록 튀어나왔다. 여기에 덩어리 옆면엔 다각형 블록이 덧대져 있고 사선의 길은 위로 향한다. 55개 콘크리트 간살이 일렬로 서 있다.

‘트랜스포머’ ‘레고 블록’이라는 별칭과 함께 아파트가 밀집한 공간에서 파인아트가 된 이 건물은 경기도 김포 가까운교회(조해수 목사)다. 건축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소장은 고소영 장동건 원빈 신승훈 등 연예인 소유의 건물을 설계해 유명세를 탔지만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건축가다.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세계건축상(WA), 아메리칸건축상(AAP) 등을 받았다.

추상화 보듯, 파인아트 감상하듯

국내 건축학도부터 해외 건축가들까지 곽 소장의 건축 조형미를 연구하러 찾았다가 건축에 담긴 종교적 고찰까지 하게 되는 이 교회 건축은 놀랍게도 건축가와 목사의 동일한 시선에서 출발했다. 곽 소장은 “100개 중 한 개 정도는 이렇게 해도 되지 않냐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자신의 과감한 건축 스타일에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낼 때면 건네는 말이다.

100개 중 한 개의 건축물은 ‘굳이 똑같은 교회여야 하나’를 고민하던 조 목사에게 답이 됐다. 3년여간 건축박람회를 찾던 중 사진 한 장 걸어놓은 이뎀 부스에서 우연히 만난 곽 소장은 ‘교회는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다’고 말했고, 조 목사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1981년 서울 관악구에서 시작한 가까운교회는 낙성대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전을 고민해야 했다. 조 목사는 “신도시가 들어설 지금 자리에 종교부지를 받아 건축에 나서야 했는데 교회 형태들이 비슷했다. 한국에 교회도 많은데 같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곽 소장이 쌓아온 건축 형태는 교회에 적용됐다. 다양한 크기와 길이의 직육면체를 수평·수직으로 배치하고 살을 입힌 듯한 조형은 곽 소장이 즐겨 쓰는 건축적 요소다. 2013년 김수근건축상을 받은 충북 청주의 상가건물 ‘에프에스원’이나 WA를 받은 경기도 가평의 신천리 주택(고소영 장동건 주택)에서 볼 수 있다.

가까운교회는 직육면체의 콘크리트 블록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캔틸레버 구조와 다각형 블록을 덧대 공간을 형성했다. 이뎀도시건축 제공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구조가 있다. 캔틸레버(cantilever)다. 곽 소장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데 한쪽만 고정시키고 다른 끝은 야구 모자의 챙처럼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돌출시키는 구조다.

대지에 깊게 내려앉은 듯 구조물을 쌓아 올린 건물들과 달리 가까운교회는 콘크리트 큐브들이 부유하는 듯 보인다. 곽 소장은 “캔틸레버는 발끝으로 서는 발레처럼 불안정해 보이면서도 다이내믹하다. 중력이라는 물리적 환경을 극복했을 때 아름다움은 극대화된다”며 “동시에 지형적 한계가 있는 한국에서 면적을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캔틸레버의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공간은 6층 옥상 정원 위 떠 있는 공간인 7층이다. 4층 예배당보다 높은 7층에 목사실을 두는 것에 대한 부담은 건축으로 해결했다. 예배당 바로 위가 아닌 비껴 선 공간을 만들었다.

다각형으로 덧댄 듯 보이는 곳은 내부의 확장된 공간이다. 복도나 계단이 차지한다. 예배당도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2~4층에 걸쳐 스탠드 형식으로 조성해 목사가 예배하는 강단은 회중석에서 내려다보는 구조가 됐다. 로마의 원형극장에서 차용했다.

2~4층 예배당은 스탠드형 구조에 맞춰 통창을 냈고 통창 위로는 간살 형태의 콘크리트 루버를 외벽에 덧댔다. 이뎀도시건축 제공

3개 층을 아우르는 좌측면 통유리는 외부에서도 예배당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나가지 않는 대신 예배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예배당 통창 바로 위 5층 외곽의 55개 루버(louver)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채광이나 일조량 조절, 환기 등을 위해 가로나 세로 또는 격자형으로 창 등에 부착하는 게 루버인데 가까운교회는 색다르다. 콘크리트 루버는 기둥이라 느껴질 정도로 거대하다.

조 목사는 “원래 65개에서 공정의 어려움 때문에 수를 줄여 10개의 거푸집으로 만들었다”며 “콘크리트를 붓고 두드리고 굳히는 작업을 최소 6번 했고 작업은 두 달 걸렸다”고 말했다.

뜨고, 튀어나오고, 덧대어진 공간을 오가니 순간 층과 구조를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조 목사도 “처음 오신 분들은 헷갈리신다”며 “보통 목사가 그림을 못 그려도 자기 교회 스케치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나 역시 스케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주로 상업 건물을 만들어온 곽 소장에게도 가까운교회는 유일하면서도 독특한 이력이다. 자신만의 건축 양식을 따르면서도 교회 건축의 의미는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추상화’의 개념을 설명했다. 같은 루버, 같은 캔틸레버라도 교회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됐다. 곽 소장은 “가까운교회는 나에게 유일한 종교 건축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먼저 소재인 노출 콘크리트는 덧입히는 것 없는 재료 그 자체라는 점에서 교회 건축과 맞는다. 반지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1m 정도 건물을 들어 올린 건 가까운교회를 통해 재해석됐다. 조 목사는 “계단을 오르면서 예배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시선에도 교회 공간의 신성함을 배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소장은 주차 공간 확보와 함께 공사비 절감, 습기 예방 효과가 있는 반지하 주차장을 고소영빌딩에 적용했다. 일직선의 루버는 수직이 갖고 있는 신성함, 하나님을 뜻하는 숫자 ‘1’ 그리고 땅과 하늘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층마다 떠 있는 직육면체 캔틸레버는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의 은신처가 된 동굴교회를 은유한다. 7층 캔틸레버엔 숨은 의미가 담겨있다. 직육면체 가운데 뚫린 구정은 하늘과 연결되고 바닥에 설치한 조명은 성탄절에만 켜진다.

조해수 가까운교회 목사. 조 목사는 한강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똑같지 않은 교회’를 만들었고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교회에서 ‘말씀중심’ 목회를 펼치고 있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조 목사는 “동방박사의 별을 표현하기 위해 곽 소장에게 요청했다. 성탄트리 대신 성탄절에 조명을 밝힌다”면서 “청주 에프에스원을 보고 떠올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곽 소장과 조 목사가 첫손에 꼽는 건 도로와 면해있는 왼쪽 측면 사선의 긴 계단이다. 현대교회의 신성을 표현했다. 곽 소장은 “소방도로이고 주말에 몰리는 성도들의 동선을 분산하는 기능적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골고다의 언덕, 순례자의 길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교회 건축의 ‘다름’ 지역에 담기다

곽 소장은 건축의 역할과 힘을 말하며 부산에 만든 카페를 이야기했다. 기장웨이브온은 하루 평균 3000명을 끌어모으면서 핫플레이스가 됐고, 인구 16만명인 기장군에 연간 90만명의 외부인을 유입시켰다. 공공과 개인의 이익이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는 곽 소장의 건축 철학이 실현된 셈이다. 그는 “교회도 문화적이고 비상업적인 휴게공간으로 도시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층 교회 로비는 성도와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뎀도시건축 제공

그래서 1층은 남쪽 공원 부지와 연결되는 트인 공간으로 설계했다. 계단을 통해 이어진 6층 옥상은 야외예배와 교회 공동체모임은 물론 외부인에게도 열려 있다. 조 목사도 “인근 음악학원 아이들이 오는 12월 우리 교회 예배당에서 공연한다.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건축이 종교적 메시지를 담아내면서 조 목사는 ‘말씀 중심의 목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낙성대 시절 성도 20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1000여명이 예배하는 공간이 됐다. 평균 연령도 30대로 젊다.

김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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