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만으론 한계… 수소가 획기적 대안 될 수 있어”

[리셋! 에너지 안보] <17> 액터 칼람 호주 빅토리아 공대 교수 인터뷰

액터 칼람 빅토리아대 공대 교수가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 빅토리아대 제공

풍부한 석탄·천연가스를 보유한 자원 부국 호주가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한 것은 최근 일이다. 이에 호응해 호주 최대 전력회사인 AGL에너지는 모든 석탄화력발전을 기존 계획보다 10년 일찍 폐쇄하겠다고 결정했다. 빈자리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빅토리아대 전기공학과 교수이자 대학 대외협력 담당인 액터 칼람(Akhtar Kalam)은 이 결정을 지지하면서도 현실적인지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빅토리아대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칼람 교수는 "우리(호주)는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수소가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가 아직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었다. 칼람 교수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안 에너지를 찾는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겪고 있는 ‘에너지 안보’ 불안을 타개할 방법을 보다 빠르게 찾아 나설 것이라는 진단으로 읽힌다. 이 상황은 가격이 ㎏당 2달러 이내여야 달성 가능하다는 수소에너지의 경제성 확보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게 칼람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호주·일본이 실증에 성공한 ‘블루 수소’가 각광받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그린 수소’로 갈 것이라는 분석을 더했다. 칼람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해봤다.

-호주 정부가 최근 선언한 탄소중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호주 국내에서 쓰는 에너지의 79% 정도가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이를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국내 측면에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변화다. 물론 100% 재생에너지가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중 하나는 원자력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호주는 핵 보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 또 다른 대안으로 수소가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수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나.

“일단 자동차 연료와 같은 이동수단 연료로서의 가능성이 높다. 인류는 이미 디젤 엔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안을 찾아 왔다. 그렇게 해서 전기차를 얻게 됐다.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소차와 같은 모빌리티가 각광받을 수 있다. 이미 트럭과 같은 상용차 시장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호주에도 2000대의 수소 버스가 달리고 있다. 다만 일본 등지에서 활용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발전소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수소는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지만 아직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재생에너지보다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 평가는 맞지만 세계정세를 보면 경제성 확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프랑스 국민들이 나토(NATO) 탈퇴까지 주장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원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가도록 한 과거 결정에 의문까지 제기하는 형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공급이 끊긴 유럽에 끔찍한 겨울이 올 거라는 전망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수소가 당장 가스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안 에너지를 찾는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에너지 위기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일을 촉진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현재 쓰고 있는 가스 파이프 라인이다. 가스 파이프 라인을 통해 수소를 운송하면 된다. 큰 투자 없이도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수송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이나 한국도 마찬가지다.”

-수소는 수송 과정에서 기화하며 일부가 유실되는 문제도 있다. 경제성 확보에 불리할 수 있어 보인다.

“어차피 어느 정도는 유실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것보다는 수소가 이렇게 기화해 유실되는 것 자체가 일각에서 얘기하는 ‘수소가 원자력처럼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증하는 일이란 점이 더 중요하다.”

-최근 호주·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블루 수소’ 공정이 성공했다.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한 ‘블루 수소’인데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 확보 측면이 어렵다. 호주에서 생산하는 수소가 타국에서 생산하는 화석연료보다 더 비싼 상황이다. 최근 수소 가격이 ㎏당 3달러대에 들어온 점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비싼 편이다. 그리고 당장에는 블루 수소가 이어지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내는 ‘그린 수소’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사람들은 그린 수소만 쳐다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소와 관련해 한국과 호주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거 같다.

“한국 연구기관과 호주 연구기관이 합작해 연구하는 일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양국 정부 모두 수소에 관심이 큰 상황이다. 호주는 재생에너지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향후 양국 정부가 펀딩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멜버른=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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