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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조선족도 혐오… 피부색·GDP 차별 ‘K인종주의’ 벗어나야”

[인터뷰 사이] 소수자 정치학 전공
정회옥 명지대 교수

정회옥 명지대 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 당했던 인종차별 경험을 들려줬다. “2004년 유학을 간 곳은 학과 교수 전원이 백인일 만큼 백인 위주의 지역이었다. 점잖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기에 한국이라고 답했더니 너희 나라에 변기가 있냐고 물었다. 무례한 질문이라고 짚어줬어야 했는데 그냥 넘겼던 일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서영희 기자

-‘우리는 150여년 전부터 지독한 인종주의자였다’라는 문장이 도발적이다.

“도발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우리가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 아닐까. 한국의 인종주의 역사는 개항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6년 창간한 독립신문에는 ‘흑인들은 동양인보다도 미련하고 흰 인종보다는 매우 천한지라’ 같은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서구화를 목표로 하던 서재필, 윤치호와 같은 엘리트들이 백인 중심의 질서 구축을 위해 개발한 서구식 인종주의 논리를 아무 성찰 없이 받아들였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해외에서 한인들이 차별받는다는 뉴스를 보면 분노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동남아 출신과 중국인, 흑인에게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는 무감각한 게 사실이다.

“미국은 1913년 아시아인들을 겨냥해 외국인 토지 소유 금지법을 만들었는데 우리도 60~70년대에 화교의 토지 소유를 막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지자 아시아인들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며 증오범죄의 대상이 됐는데 서울시와 경기도가 이주노동자 전원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이 아시아인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다. 가해자와 피해자 이름만 바뀌었지 마치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주춤했지만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올해에도 다시 늘고 있다. 한국은 사실상 다문화 사회가 된 건가.

“외국인이 총인구의 5%를 차지하면 다문화 사회의 기점이 된다고 여긴다. 한국은 2019년 4.9%를 기록했다. 우리가 다문화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드리면, 저는 ‘다문화 없는 다문화 사회’라고 말한다. 인구 구조로는 다문화 사회라고 할 수 있지만 다문화라는 표현이 남용되다가 이제는 오용되고 있다. 학생들은 다문화 가정 친구에게 ‘야, 다문화’라고 부르고 교사는 ‘다문화 손 들어봐’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다문화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의 인종주의를 ‘K인종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가 강력하고 이중적인 인종차별의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한국적 인종주의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서구식 인종주의가 피부색을 기준으로 차별한다면 K인종주의는 경제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는 이른바 ‘GDP(국민총생산) 인종주의’가 더해졌다. 동남아인들이 우리보다 피부색이 진해서, 또 우리보다 GDP가 낮은 저개발국가 출신이라서 차별한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에 이어 K컬처가 성공을 거두면서 최근에는 우리 민족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우월감이 추가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된 민족주의에서 비롯한 ‘우리 아니면 타자’라는 폐쇄성에다 우월주의가 합쳐지면서 K인종주의는 독특한 모습을 갖게 됐다.”

-이런 멸칭이나 인식이 굳어진 건 오랜 시간 인종주의가 우리 의식과 문화 속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인종차별의 역사를 돌아보자는 게 그런 의미다. 개인에게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거쳐왔다는 게 제 주장이다. 인종차별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본다면 이제 터놓고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인종주의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 것 자체가 인종 문제에 대한 우리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인권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게 불과 20년 남짓한 일이다.

“제 책에 대한 댓글 중 가장 많은 게 ‘차별은 외국이 더 심한데 왜 우리나라만 비판하나’다. 외국이 차별한다고 우리의 차별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 않나. 또 하나는 ‘짱깨는 짱깨로 불릴 만하다’는 것이다. 누구는 차별받을 만한 집단이고 누구는 차별받지 말아야 하는 집단이라면 그 기준이 있다는 건데,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명이 들어왔을 때는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난민 입국 때는 정부가 ‘특별 기여자’라고 부르면서 아이들에게 인형을 주고 박수도 쳤다. 기여한 가치가 있고 자격, 효용이 있으면 박수를 치고 그렇지 않으면 차별해도 된다는 선택적이고 차가운 인간관을 보여주는 예다.”

-최근 ‘황해’ ‘신세계’ ‘청년경찰’ ‘범죄도시’ 같은 영화 속 대표 악역은 조선족이다.

“재미동포, 재일동포처럼 재중동포라고 하지 않고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언어 차별이다. 중국이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를 칭하면서 붙인 이름을 우리가 그대로 쓰고 있다. 조선족에 대한 편견에는 두 가지가 얽혀있다. 첫 번째는 중국인인 거고, 두 번째는 노동 피라미드 제일 밑에 있는 3D 직종에 종사하는 하층 계급이라는 GDP 차별이다. 조선족에 대한 차별도 K인종주의의 독특한 점이다. 인종주의는 다르게 생겨서 차별하는 것인데 똑같이 생긴 조선족을 차별한다는 건 인종주의의 상식에서 어긋난다. 단일 민족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우리가 외국에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지킨 조선족을 혐오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그런데도 한국이 인종차별 청정국가처럼 보이는 건 인종차별에 대한 법적 정의나 규정, 관련 통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종 혐오 범죄로 처벌받았다는 보도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물론이고 미국도 3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 인종 혐오 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이주노동자들이 구타와 폭행, 임금 체불을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신고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50% 이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조사가 있었다. 한국사회에 대한 체념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인종차별 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일본에도 헤이트스피치 방지법이 있지만 근절되지 않는다. 법제화가 정답은 아니지 않은가.

“법제화가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선언이다. 교육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직 인권교육이나 다문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지하면 차별이나 혐오인지 모르는 채로 편견이 계속 자란다.”

-이민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출입국이주관리청(이민청) 신설을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연내에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이민청 논의는 반가운 얘기지만 비전문 취업 E9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제대로 반영됐으면 한다. 사업장 이동 변경이 어렵고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게 하는 거주권 문제, 그리고 건강권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평균 나이가 27세이고 신체검사를 거쳐 입국한 건강한 사람들인데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 사망자 3명 중 1명의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4년 10개월, 길게는 9년 8개월 동안 썼다가 돌려보내고 다시 새로운 젊은 노동자를 받아서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처럼 여기는 것과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K인종주의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대안으로 시민적 민족주의를 제시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로 상수가 된 민족주의를 좀 더 관용적인 민족주의로 바꿔가자는 의미다. 한민족처럼 생긴 사람들만 우리 국민인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며 같은 경험과 역사를 공유하는 사람 모두를 시민이자 우리와 같은 구성원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민족주의로 나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동질성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차이의 민주주의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를 바란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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