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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건강검진 시스템 바꾸자


요즘 병원 건강검진센터가 바쁘다. 연말까지 채 두 달도 남지 않아 국가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직장인, 일반인으로 북새통이다. 건강검진은 1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치르는 연례행사쯤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현재의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이 많다.

겉으로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은 예상치 못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치료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 검진에 따른 해로움도 분명 존재하는데, 흔히 간과된다. 병이 없는 사람에서 병을 가진 것으로 구분하는 위양성(가짜 양성)이나 실제로는 병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지 못하는 위음성(가짜 음성) 판정이 그것이다. 건강에 해를 초래하지 않을 병을 찾아내는 ‘과잉 진단’이나 결과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병을 치료하는 ‘과잉 치료’의 문제도 있다.

만일 평소 자신이 다니는 동네 병의원에 이런 과잉 진단이나 치료 걱정을 덜어주고 적절한 건강검진에 대한 조언을 해줄 의사, 즉 주치의가 있다면 어떨까. 환자 병력이나 생활 습관까지 잘 아는 주치의는 검진 결과 설명이나 검사 후 필요한 전문의 진료 의뢰에도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개인·가족의 건강을 돌봐주는 주치의 제도가 아직 없다. 그러다 보니 정부나 민간 부문이 획일적으로 정해놓은 상품화된 검진 항목들을 국민 스스로 선택해 구매하고 검진을 받는 실정이다. 거품이 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국가건강검진사업으로 인한 한 해 지출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보건복지부 2021년 기준). 건강검진을 위해 기업과 가계가 부담한 비용은 각각 1058억원, 8266억원으로 추산된다(2019년 기준). 건강검진으로 인해 유발된 의료비까지 산출할 경우 최대 18조5100억원에 이른다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현 건강검진 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자면, 우선 당뇨병·고혈압 등을 진단받고 관리 중인 질환자들도 검사를 받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반건강검진 대상의 20% 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질환 이력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시스템 때문인데, 기존 질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해서 재원을 낭비하는 꼴이다. 또 검진 주기(사무직 근로자 2년, 비사무직 1년 1회)에 차등을 두는 근거가 불명확하고 일반건강검진에 선진국 전문단체들은 권고하지 않는 항목이 일부 들어가 있기도 하다.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검진의 불평등이나 민간건강검진의 과잉 진단 등 오남용 문제도 해결 과제다. 국가건강검진 수검자의 경우 검진 결과의 단순 통보, 결과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지속적인 관리 부재 등이 그간 지적돼 왔다.

이런 측면에서 국가건강검진을 받기 전 주치의를 지정하도록 국민에게 적극 장려하자는 학계의 제안은 신선하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최근 한국의학한림원 주최 심포지엄에서 “건강검진은 증상이 없는 사람이 받는 것이며 증상이 있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건강검진에 앞서 주치의에게 진료받도록 하자”고 했다. 고위험군 또는 기저질환 보유자는 주치의와 건강검진의 장단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검진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검자 동의 아래 지정된 주치의가 국가건강검진 결과를 열람하고 환자 진료와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선 수검자가 정한 주치의에게 검진 결과를 회송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근거가 불확실한 검진 항목들을 정비하고 무증상 성인에게 이뤄지는 PET-CT 등 해로운 검사 항목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공공이건 민간이건 모든 검진기관이 이런 검사들을 시행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학계의 건설적 제안을 보건 당국이 적극 검토해 보길 기대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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