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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2 이태원’ 위험요소 철저히 점검해야

먹통 재난통신망서 보듯 안전에 대한 인식 부재가 가장 심각한 위험요소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당국, 의료기관이 신속히 소통하도록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이태원 참사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버튼만 누르면 각 기관과 바로 연결되는 이 통신체계는 8년 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도입됐다.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재난 관련 기관을 하나의 통신망에 묶으면서 정부는 세계 최초라고 홍보했는데, 정작 참사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그로 인한 기관 간 소통 부재는 경찰청장이 대통령보다 늦게 사태를 인지하는 대응체계 난맥상을 초래했다. 경찰은 경찰끼리, 소방은 소방끼리만 이 통신망을 사용했다고 한다. 재난통신망을 구축한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재난이 벌어졌을 때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뼈아픈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막대한 예산을 써놓고도 실제 상황에 활용하지 못한 겉핥기 행정의 단면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서 얻은 시사점을 다시 재난 대책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지하철 혼잡시간인 출퇴근 시간대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전날에는 “1만명 이상 모이는 전국 지역축제의 안전관리 합동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홍대 부근, 신촌, 강남 일대의 인파 밀집 지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안전 매뉴얼을 정비하기로 했다. 모두 꼭 필요한 일이고, 그 결과물은 반드시 정책에 반영돼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당위성보다 앞서서 떠오르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합동점검과 전수조사를 통해 아무리 훌륭한 매뉴얼과 예방책을 마련해도 이를 활용할 역량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이태원에서 무용지물이었던 재난통신망처럼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8년 전 참사를 겪고도 재발을 막는 데 실패했다. 원인은 장비나 기구가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 하려는 예방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관련된 모든 부처 관계자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안전을 정부 업무의 최우선순위에 올려놓는 사고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는 안전을 지켜낼 자원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전이 위협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발생한 비극이다. 안이했던 안전 의식이 소홀한 예방 조치와 부실한 현장 대처로 이어졌다. 합동점검이나 전수조사도 중요하지만, 재발을 막으려면 안전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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