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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난민 구조선 입항 거부… 프랑스 “용납할 수 없다” 격앙

伊, 뒤늦게 하선 허용에도 비난 확산
극우 멜로니 태도가 유럽 갈등 부채질

‘오션 바이킹’호 갑판에서 잠을 청하는 이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난민 구조선 입항을 거부하면서 이주민 문제가 유럽 국가 간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멜로니 총리의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역내 분열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올리비에르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라디오 채널인 프랑스인포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베랑 대변인은 “유럽의 규정상 구조선이 영해에 있으면 이탈리아가 수용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명확하다”며 “이탈리아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입항 거부로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역에 3주 가까이 머물던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의 이주민 234명을 직접 수용하기로 했다. 당초 프랑스는 오션 바이킹호를 운영하는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후 이탈리아가 먼저 구조선을 받아들이면 이주민 수용을 분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구조선의 입항을 거절하며 프랑스와 대치를 이어갔다. 결국 프랑스가 이주민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탈리아의 난민 수용 거부에 대한 불만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도 자국 소속 구호단체 난민선의 입항이 거부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민간 해상 구조를 막아선 안된다”며 “사람들이 익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도덕적·법적 의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6일 독일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 소속 ‘휴머니티 1’호와 국경없는 의사회(MSF)가 운영하는 ‘지오 바렌츠’호에 탑승한 이주민 가운데 일부만 선별 하선을 허용했다.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자 배에 남은 이주민 250명도 8일 하선을 허용했지만 각국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선거 운동 때부터 배타적 이민 정책을 주장해온 멜로니 총리는 난민 구조선이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사이를 오가며 ‘셔틀버스’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는 난민 문제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 왔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강제성이 없는 이상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게 이탈리아 정부 측 주장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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