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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구청 기구서 활동한 해밀톤호텔 대표… 유착관계 없었나

용산복지재단 이사장·경발협 회원…
지역유지로 공무원들과 밀접 교류
불법증축 강제 철거 ‘봐주기’ 의심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이모(오른쪽)씨가 지난 8월 17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열린 용산구 통합방위협의회에 박희영(왼쪽) 용산구청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용산구 홈페이지

불법 증축으로 호텔 주변 골목을 좁혀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 이태원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이모(75)씨가 구청 출연기관 이사장, 경찰발전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용산구 유관 단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해밀톤호텔이 불법 건축물 적발 뒤에도 9년간 이행강제금을 내며 ‘배짱 영업’을 이어간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2020년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용산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용산구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는 이 재단은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을 구청장이 임명하는 식으로 이사장을 선임한다.

재단은 구청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다. 당연직 이사로 용산구 주민복지국장이 포함되고, 구청으로부터 자원봉사센터 운영을 수탁받는다. 구청 공무원들이 연이어 재단으로 소속을 옮기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용산구의회는 구청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이 재단에 재취업하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이 대표를 용산구를 대표하는 ‘유지’로 불렀다. 지난 8월 17일 열린 용산구 통합방위협의회에서 이 대표가 박희영 구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곁에서 민간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모습도 확인됐다. 또 지난 20여년간 구내에서 용산구상공회 고문, 용산구 구세심의위원회 외부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용산구협의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돈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은 다 했다. 권력 가까이에서 어울려 다니던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이 대표와 경찰과의 밀접 관계도 확인됐다. 이 대표는 2012년부터 용산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경발협) 위원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발협은 경찰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2018년 ‘버닝썬 사태’ 당시 경찰과 지역 유지들의 유착 통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용산서는 이 대표의 위원 활동 여부를 공개하지 않다가 국민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인정했다. 경찰은 이 대표를 조만간 해촉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참사 이후 특별수사본부가 직접 수사에 나서기 전까지 이 대표나 해밀톤호텔에 대해 별다른 형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수본이 적용한 건축법과 도로법 위반 혐의는 경찰도 이태원 참사 이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수사하진 않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상 건축법이나 도로법 위반은 수사 권한이 있어도 구청 및 관계 민원인의 고발 없이는 수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013년 용산구청이 해밀톤호텔의 불법 건축물을 적발했음에도 호텔이 5억553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며 시정조치 없이 버틴 것은 이 대표와 용산구 내 기관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봐주기 행정’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 대표와) 공무원과의 유착 의혹도 수사와 관련이 있다면 수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구청은 특수본 수사가 시작된 지난 7일 해밀톤호텔을 비롯한 인근 불법 건축물 5곳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뒤늦게 경찰에 고발했다.

특수본은 이날 이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 대표 등의 휴대전화 5점과 건축물 설계도면을 분석 중이다.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 건축물과 이태원 참사 인명피해의 연관성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의재 김용현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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