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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서명운동 뜬금없다

진실 규명 진행 중인데 원내 1당의 장외 여론전 적절치 않은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즉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하도록 국민께 직접 요청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 여의도역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민주당이 본격적인 장외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진상 규명 의지를 거듭 밝혔고 경찰이 광범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여기에 당국의 조처가 미흡할 것이 우려돼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야3당이 최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진실을 찾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원내 1당이 돌연 범국민 서명운동을 하겠다며 국회 밖으로 뛰쳐 나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야3당 의원수만 181명이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도입에 반대하고 있으나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통상 범국민 서명운동은 과거 정부·여당의 힘에 밀리고 언로가 막혀 있을 때 야당이 쓰던 수단이다.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169석의 압도적 다수당이 국회에서 이 문제를 풀지 않고, 애도 기간이 끝난 지 일주일도 안돼 일종의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은 문제다. 작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나몰라라하고 권력 투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명운동은 이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앞서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하자고도 했다. 국정조사·특검도 다 하자고 한다. 참사를 둘러싼 여야 정쟁 중 이 대표 발언에서 비롯되는 게 적지 않다. 희생자 공개는 유족이 원하는지 여부를 모르는데다 2차 가해 우려도 없지 않다. 같은 야당인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도 “미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당 원내대변인이 명단 공개는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했는데 대표가 이를 뒤집어 문제를 키웠다. 당 대표가 앞장서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다. 일각에서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대장동·위례 몸통수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를 방패막이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괜한 오해를 사지 말기 바란다. 다수당으로서 원내에서 충실한 활동을 통해 정부의 책임을 적극 추궁하는 것이 국민의 박수를 받는 일이다. 실익 없는 일은 중단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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