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경유값이 왜 이래요?”… 경유차 버리는 운전자들

우크라전쟁으로 치솟은 경유가격
6월 휘발유 앞지르더니 격차 커져
유류세 인하도 가격 역전 부추겨


7년째 경유차를 모는 A씨는 한숨을 쉬며 집 앞에 있는 B주유소에 들어섰다. ℓ당 경유 1863원(21일 기준)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밑에 적힌 휘발유 가격(1589원)은 미간의 주름을 더 깊게 만들었다. 지난주에는 200원 정도 차이가 났는 데, 이제는 더 벌어졌다. 상대적 박탈감도 더해졌다. 유류세를 인하했다고 하고, 휘발유값은 저렇게 내려갔는데 왜 경유값만 이럴까. ‘1863’이라는 숫자는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 걸까.

1208.06원→1320.15원→1863원

2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1881.58원이다. A씨는 경유값이 왜 이러느냐고 분개했지만 사실 그는 평균가격보다 싸게 주유를 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전국 주유소의 평균 경유 판매가(1881.58원)를 B주유소 경유 가격으로 가정하자.

주유소는 정유사에서 경유를 사온다. B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경유를 ℓ당 1821.82원에 받아왔다. 보통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경유를 받아서 파는 데 1~2주가량 시차가 발생한다. B주유소의 경우 시차가 1주 정도라고 한다. B주유소는 지난주 정유사로부터 1821.82원(11월 2주차 평균)에 경유를 사서 마진을 붙여 21일 1881.58원에 판매했다. B주유소의 마진은 ℓ당 59.76원으로 계산된다.

정유사의 경유 판매가 1821.82원은 어떻게 나올까. 정유사의 주요소 경유 공급가격은 1320.15원이다. 그런데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의 세금이 붙는다. 정유사의 경유 공급가격 1320.15원에 각종 세금 501.20원, 기타 수수료 0.47원이 더해져 1821.82원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진다.


세금 및 수수료를 제외한 정유사 공급가(1320.15원)는 국제 제품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 과정을 거쳐 경유를 생산한다. 다만 공급가격은 싱가포르에서 거래하는 국제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연동해 결정한다. 여기에도 보통 1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11월 첫 주에 국제 경유제품 가격은 1208.06원이었다. 정유사는 이 가격에다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어오면서 내는 석유 수입부과금(ℓ당 16원), 관세(원유 수입가격의 3%), 운송비 등을 더한다. 휘발유도 같은 과정을 거쳐 가격을 매긴다.

“당분간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

결국 올해 6월부터 이어진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현상’은 국제 경유 가격과 국제 휘발유 가격의 차이가 근본 원인인 셈이다. 지난 2월 첫 주에 국제 경유 가격과 국제 휘발유 가격의 격차는 ℓ당 27.22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로 경유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에서 14년 만에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현상이 벌어졌던 지난 6월 3주차에 국제 경유 가격과 국제 휘발유 가격의 차이는 250.14원으로 나타났다. 10월 2주차엔 이 차이가 428.93원까지 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야기한 유럽발(發) 에너지 수급 위기 때문에 국제 경유 가격이 상승했다. 전쟁 장기화로 이런 현상이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휘발유 가격은 10주 연속 하락했다. 반면 경유는 6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가격 역전현상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는 경유를 산업용 연료로 보고 세금을 휘발유보다 낮게 책정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연말까지 37%의 유류세 인하율을 ‘일괄 적용’하면서 가격 차이가 줄었다. 휘발유의 유류세는 기존 ℓ당 820원에서 516원으로 304원 낮아졌고, 경유 유류세는 기존 581원에서 369원으로 212원 내렸다. 휘발유가 유류세 인하 조치로 ℓ당 100원가량 더 혜택을 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씨 같은 경유차 보유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경유차 수요가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유차 등록대수는 977만955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만8038대 줄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경유차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고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 관심 지표 중 하나인 검색량에서 경유 차량 검색은 연초 대비 30% 넘게 감소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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