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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섬김과 환대의 도구, 차(茶)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대구에 한국차(茶)문화선교회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통합 고신 등 다양한 교단에 속한 13곳 교회의 13명 권사가 회원이다. 2006년부터 대구·경북 홀리클럽의 직능단체로 시작해 성탄트리 점등식, 부활절 연합예배, 성시화 대회 등 교계 연합행사에서 차를 대접하며 봉사해왔다. 최근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을 찾아 선교회 회원들과 차담을 나눴다.

“한 교회에 한 명의 회원이 원칙입니다. 각 교회의 대표인 셈이지요. 차를 함께 배우고 소속 교회에서 차 문화를 전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시면 됩니다. 교계 연합행사가 있으면 카카오톡으로 알리고 너나없이 모입니다. 다양한 차자리 체험을 제공해 차가 봉사와 섬김의 도구임을 알립니다.”(서춘희 대구 동일교회 권사)

“교회 새신자실에서 차를 우려 드립니다. 교회에 처음 오신 분들은 아무래도 서먹한데 차를 한 잔, 두 잔 따라드리면서 삼십 분, 한 시간 이렇게 대화를 지속하기 좋습니다. 커피는 한 컵 드리고 나면 보충해 드리기가 그래서 물을 따라드리곤 하는데, 차는 잔이 작아 자주 따르다 보니 보다 길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새가족분들의 마음이 유해지는 것을 느낍니다.”(심은환 대구 대명교회 권사)

“테이블 위의 찻잔 세팅에서부터 새가족들이 예쁘다고 반응합니다. 차와 함께하는 다식에도 정성을 들입니다. 마음 문을 느리고 천천히 열게 합니다. 따듯하게 환대받는 느낌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십니다.”(전지혜 대구 하늘담은교회 권사)

한국차문화선교회는 최태자 대구 양문교회 권사로부터 비롯됐다. 차를 깊이 있게 접하며 예절을 배우고 이웃에게 존경과 사랑을 담아 복음을 전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매달 마지막 주 평일에 한 번씩 모여 녹차 홍차 꽃차 등 다양한 차의 세계를 맛본다. 녹차를 활용해 구역예배를 진행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최 권사는 “격식이나 절차보다 섬김과 환대에 강조점을 두는 것이 기독교의 차 문화”라고 말했다.

“불교에선 차를 헌다(獻茶)라고 표현합니다. 차를 공양한다는 의미로 격식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기독교에서 차는 그저 섬김의 도구입니다. 대중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접하는 게 목적입니다. 교회에선 집회가 많은데 예배 전 성도 누구나 똑같이 평등하게 격의없이 스탠딩으로 차 한 잔을 나누며 서로 대화하는 데 방점을 둡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다(交茶)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교제하는 도구로서의 차입니다.”(최 권사)

그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음료는 아무래도 커피였다. 호러스 G 언더우드와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가 각각 미국 장로교와 감리교의 파송으로 1885년 부활절 인천에 당도한 순간부터 교회의 커피 역사도 시작됐다. 당시 내한 선교사들이 머문 제물포 대불호텔에서 선보인 커피의 맛을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오늘날 대도시의 교회 1층엔 대부분 카페가 들어서 성도와 이웃들에게 커피를 나누며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차문화선교회 회원들은 커피도 좋지만 차도 백안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차라고 하면 여전히 스님이나 산사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차를 배타적으로 대하기엔 차가 가진 장점이 더 많다는 호소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장예배가 회복되고 새가족 등록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회는 더욱 유연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대야에 물을 떠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써 당시까지의 고대 세계에선 볼 수 없었던 겸손과 섬김의 모습을 몸소 보여줬다. 섬김과 환대의 도구로서의 차가 확대됐으면 좋겠다.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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